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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리는 소나무를 사랑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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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민족의 상징목인 소나무가 삼중고를 앓고 있다. 요즘 일본 분재업계에서 경북 청도산 소나무가 최고의 명품 소재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일본에는 숲이 우거져 키 작은 소재를 찾기 어려운 데다, 재선충으로 일본 소나무들이 쑥대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 조경용으로 소나무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의 산에서 모양 좋고 건강한 소나무들이 앞다투어 굴채돼 대도시로 반입되고 있다. 일본에 밀수출하기 위해 명품 소재를 몰래 산채(山採)하다 단속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나무는 가혹한 운명에 시달리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남부지방에서 매년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가 고사하고 있다. 1998년 일본에서 건너온 재선충도 소나무에 여전히 위협적이다. 물론 2005년에 제정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은 큰 역할을 했다. 재선충 발병목은 그 해 56만 그루에서 2011년에는 1만2000여 그루로 급감했다. 재선충 방제를 포기한 일본·중국과 달리 한국은 완전 박멸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한때 500억원을 웃돌던 방제 예산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지난해부터 다시 재선충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우리 국민의 67.7%는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고 있다. 2위인 은행나무(5.6%)와 압도적인 차이다. 이런 소나무를 지켜내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우선 재선충이 말끔히 사라질 때까지 방제 예산에 인색해선 안 될 것이다. 불법적인 산채·굴채는 보다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편견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우선 대형 소나무는 이식을 자제해야 한다. 병충해에 약한 소나무에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공해가 심한 도심은 치명적이다. 전국의 소나무 숲은 50년 전에 비해 이미 절반 넘게 사라졌다. 2050년이면 강원도 산간에만 살아남으리란 암울한 경고도 나왔다. 하루 빨리 유전공학을 접목한 새로운 육종 기술 개발 등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