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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힐링 숲길 ① 일영산 ‘장흥숲길’

중앙일보

입력

장흥숲길은 인적이 많이 닿지 않아 고요한 자연 속을 걸으며 힐링을 즐길 수 있다.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면 이미 알려진 숲길이 대부분이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힐링이 될 리 없다. 사람 발자국이 없는, 자연 그대로를 만끽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힐링트레일 전문여행사 블루라이프 김윤철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걷기 좋은 숲길을 찾아내 중앙일보 독자들을 안내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순서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일영산 ‘장흥숲길’이다.

 장흥숲길은 차가 없거나 운전을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 하다. 서울에서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다.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한 시간 마다 오는 마을버스 350번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장흥숲길 입구(장흥관광지 정류장)에 도착한다. 김 대표는 “굳이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멀리까지 헤매지 않아도 서울 근교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숲길”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장흥면에서 길을 닦은 지 얼마 안된 곳이다.

 입구를 지나면 푹신한 흙길이 펼쳐진다. 아파트 계단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 무릎에 무리가 덜하다. 체중이 흙에 전달돼 무릎이 받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관절이 약한 이들은 알파인 스틱(등산용 지팡이)을 사용하면 무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숲길을 걷는 동안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진정한 힐링을 하길 바란다”고 권했다.

숲길 곳곳에 자라나 있는 버섯.

민달팽이·방귀버섯 만날 수 있어

 장흥숲길 곳곳에는 밤송이들이 떨어져 있다. 혹시나 싶어 만져보면 역시나 텅 비었다. 다람쥐들이 밤톨만 빼먹고 달아났다. 보랏빛 가지처럼 크고 길쭉한 동물이 슬금슬금 기어 다닌다. 민달팽이다. 껍데기(패각)가 없어서 이름이 민달팽이다.

 길 중간중간 설치된 안내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귀버섯은 진짜로 방귀를 뀔까?’‘겨울엔 벌레, 여름엔 풀이 되는 것은?’정답은 장흥숲길 안내판에서 찾을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또 있다. 걷다 보면 난데없이 나무줄기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2m 높이 나무 위에서 땅까지 길게 커튼을 치고 있는데, 손으로 밀쳐내야 앞이 보일 정도다. W자 모양으로 길바닥에 누워버린 나무도 있다. 사람 허벅지 높이까지 구부정하게 누워 있는 나무를 뛰어 넘어야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수 있다.

 뜨거운 뙤약볕에 오르락내리락 길을 걸으면 어느덧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틈틈이 계곡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콸콸 흐르는 물에 수건을 적신 후 짜내지 않고 목에 두르면 아이스바 생각은 씻은 듯 사라진다. 시원함이 꽤 오래 지속된다.

 조각품들이 전시된 ‘장흥조각아뜰리에’를 지나면 허름한 집이 나온다. 그 집을 지키는 하얀색 진돗개는 등산객을 보자마자 줄기차게 짖어댄다. 반가워서인지, 견제하려는 건지 짖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또 다시 길바닥까지 길게 늘어선 나무줄기 하나를 제치고 들어서면 도토리나무가 한아름 자라나 있다. 그 옆엔 ‘도토리 육형제’ 이야기가 안내판에 적혀 있다. 상수리·굴참이·떡갈이·신갈이·갈참이·졸참이 등 6형제 중에서 가장 작고 볼품없는 도토리는 ‘졸참이(졸참나무 열매)’라고 한다. 팥배나무·개암나무·신갈나무·십자고사리·하늘말나리·고비·개벚나무·물푸레나무·복자기 등 평소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갖가지 식물을 이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식물이름을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식물별 이름과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오감으로 피톤치드 느끼며 힐링

 피톤치드란 ‘식물’이란 뜻의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사이드(cide)를 합쳐 만든 말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병원균·곰팡이에 저항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모든 식물은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다. 특히 편백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숲길 안내판에 따라 편백나무 열매의 향기를 맡으면 오감이 상쾌해진다. 간혹 잣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는데 함부로 만졌다간 진액이 손에 묻어 하루 종일 끈적거릴 수 있다.

 돌고개유원지 입구를 지나 장흥자생수목원 방향으로 길을 들어서면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푸라기들이 땅을 덮고 있다. 사각사각 밟는 소리가 생생하다. 사람을 반기는 자연의 화답으로 느껴진다. 곳곳에는 색이 선명한 버섯들이 얼굴을 들이밀고 서 있다. 스머프 집처럼 예쁘다. 하지만 독버섯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함부로 손대선 안 된다. 법화사를 지나 더 걸으면 백합나무 쉼터에 이른다. 이곳엔 등산객들의 휴식을 위해 백합나무(튤립나무)가 배를 깔고 드러누워 있다. 백합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한 그루에 101.9㎏이다. 소나무(7.3㎏)의 14배다. ‘탄소통조림’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다. 이곳에 눈을 감은 채 걸터앉으면 재잘거리는 새소리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의 상쾌함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약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숲길을 벗어나면 식당가가 나온다. 계곡물 위에 상차림을 해주는 음식점을 골라가면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입맛을 돋운다.

<글·사진=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 블루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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