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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효과' 올 상반기 증시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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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립스틱 효과’란 말이 있다. 불황기에도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인 화장품만은 잘 팔리는 현상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선 화장품 관련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며 립스틱 효과란 말을 무색하게 했다.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첫 거래일에 121만원이었던 주가가 5일 현재 94만1000원이다. 주가의 25%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판매 채널인 방문판매가 장기 침체로 인해 8%가량 감소하는 등 호재가 별로 없었다”며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당 65만1000원으로 2013년을 열었지만 지금은 58만원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주가 하락폭은 화장품 업계 ‘성장의 보고’로 불리던 브랜드숍이 더 컸다. 브랜드숍 대표주자 격인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5일 현재 주가는 3만8650원. 연초 7만9300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로 이니스프리·에뛰드 같은 브랜드숍을 거느린 아모레G 주가 역시 연초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브랜드숍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도 나빠졌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48% 감소한 49억원에 머물 것”이라며 “신규 사업자가 늘고 개별 브랜드 출점 속도도 빨라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브랜드숍 업체들은 ‘연중 할인’이라 불릴 정도로 매달 할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 규제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참여연대가 브랜드숍 업체를 공정위에 고발하면서 규제 위험이 본격 대두됐다”며 “지난해 편의점·제과점 등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확산됐던 각종 출점 규제가 브랜드숍 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브랜드숍 화장품업체가 타격을 입으면서 이들 업체에 화장품 내용물을 공급하는 업체 역시 투자 매력을 잃었다. 지난 3월 3만5000원까지 올랐던 한국콜마는 5일 2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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