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아제한하다 초저출산국 된 한국 … 역대 최대 세계인구총회 엽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국은 50여 년 만에 고출산국에서 초저출산국이 됐어요. 저개발국에는 산아제한 정책에 대해 알려주고, 선진국으로부터는 출산율 제고 방법을 배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은태(75·사진)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오는 26~3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제27차 세계인구총회에서 한국이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인구과학연맹(IUSSP)가 4년에 한번 개최하는 세계인구총회는 전 세계 인구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이번 총회에는 140여 국에서 4000여 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박 이사장은 1977년 4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래 36년째 인구문제연구소를 이끌어 왔으며 이번 총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60~70년대 한국의 출산율은 4~5명이었는데 지난해엔 1.3명으로 떨어졌어요.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이 급속한 산업화 및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과 맞물린 때문입니다.”

 그는 산아제한 방법을 연구하다 출산율 제고에 나서게 된 스스로의 상황을 ‘한 입으로 두 말하게 된 셈’이라며 “일부 학자들은 장기적인 인구 정책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사례가 지금 고출산으로 고민하는 저개발국에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이사장은 총회에서 출산보육지원금을 현 GDP의 0.6%에서 3%로 인상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산율이 최소 2.1명은 돼야 나라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벌써 유아용품·학원·산부인과병원 등의 산업은 어려워지고 있어요.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 출산율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970년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단국대·KAIST 등에서 교수로 일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이사, 14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현재 프랑스 명문 대학원 ‘에쎅’의 한국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그는 이번 총회 유치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한국은 호주 애들레이드, 캐나다 밴쿠버와 총회 유치 경쟁을 벌였는데 그는 2010년 최종 심사 를 앞두고 한국을 대표해 IUSSP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치 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혹한의 거리를 걷다가 대동맥이 터져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심사를 맡은 총재·사무총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병상에 있는 그를 찾아 병문안을 왔고 즉석에서 한국 개최를 결정했다고 한다.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덕분에 총회를 부산에서 개최하게 됐으니 잘 된 일이죠”라는 그는 “인구총회가 한국의 인구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