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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없으니 … 소리소문 없이 끝난 세계수영선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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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자 6관왕에 오른 미국의 프랭클린.

“박태환(24)이 있었다면 더 좋은 기록을 냈을 것이다.”

 쑨양(22·중국)이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400m 자유형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라이벌 박태환이 훈련 부족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3분41초59를 기록한 쑨양은 3분44초82에 그친 하기노 고스케(19·일본)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수영선수권이 16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5일 폐막했다. 한국도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초라한 성적 때문이다. 박태환 없는 한국 경영의 목표는 메달이 아니라 8명의 선수가 겨루는 결승 진출로 하향조정됐다. 남자는 장규철(21)과 주장훈(18), 여자는 백수연(22)과 양지원(16)이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나 백수연과 양지원이 여자 평영 200m 예선에서 각각 13위·14위로 준결승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을 뿐 결승 진출자는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수영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의 원동력이 ‘한국 수영의 저변’이 아니라 ‘돌연변이 박태환’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대회였다. 한국은 역대 세계선수권에서 결승 진출자를 4명 배출했다. 그중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2007·2011년 대회에서 금2·동1개를 딴 박태환뿐이다. 1998년 한규철(남자 접영 200m), 2005년 이남은(여자 배영 50m), 2011년 최규웅(남자 평영 200m)도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하위권에 그쳤다.

 한국 수영이 바르셀로나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하는 동안, 박태환은 약 1만4000㎞ 떨어진 호주에 있었다. 박태환은 7월 19일부터 호주에 머무르며 마이클 볼 코치와 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훈련 장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포기하는 대신 집중 훈련을 선택했다.

 해프닝에 가까운 박태환의 세계선수권 불참은 한국 수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중국 수영계는 선수들의 영법을 분석하기 위해 우주비행에 쓰이는 촬영 장비까지 공수해 수영장 바닥에 설치했다. 중국이 지난 2년간 쑨양에게 투자한 돈은 20억원이 넘는다. 박태환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SK텔레콤의 지원으로 연간 15억~20억원이 드는 선진 훈련을 소화했으나 지금은 지원이 끊겼다. 박태환을 계기로 체계적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또 한 명의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한국이 주변으로 밀려 있는 동안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운 건 중국이었다. 쑨양은 남자 자유형 400m뿐 아니라 800m·1500m까지 휩쓸며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중국은 미국(금15·은9·동9)에 이어 종합2위(금14·은8·동4)에 올랐다. 일본도 종합 13위(금1·은2·동3)로 체면치레를 했다.

 여자부에서는 10대 선수들이 신선한 물살을 일으켰다. 특히 세계 최강자 미시 프랭클린(18·미국)은 여자 역대 최다인 6관왕에 오르며 수영사를 새로 썼다. 케이티 레데키(16·미국)는 여자 자유형 800m와 1500m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4관왕을 차지해 MVP로 선정됐다.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리투아니아의 평영 신동 루타 메일루타이트(16)는 평영 100m 세계신기록 및 금메달의 성과를 남겼다.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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