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실험이 끝났다. 한·일전은 진짜 전쟁이다.
홍명보(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일본과 2013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사실상의 결승전이자 홍명보호의 첫 평가가 나오는 무대다.
앞서 한국은 20일 호주전과 24일 중국전에서 모두 0-0 무승부를 거뒀다. 평가는 달랐다. 호주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홍 감독은 ‘하나의 팀’을 강조했다. 한국은 단단했고, 최강희 감독 시절 어수선한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만한 경기를 펼쳤다. 득점 없이 비겼지만 경기를 지배했다.
홍 감독은 중국전에서 호주전에 출전했던 선수 9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많은 선수를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구성이 달라진 팀은 발이 맞지 않았다. 경기 내내 팀이 삐걱거리며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일본과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홍 감독의 초반 평가가 달라지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1승2무를 거뒀다. 한국에 진 적이 없는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을 존중한다. 한국과 일본은 항상 껄끄러운 경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 한국전에서도 난 우리 선수들을 실험할 것”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만약 한국이 패한다면 일본의 우승 세리머니를 안방에서 봐야 한다. 게다가 동아시안컵은 홍 감독의 데뷔 무대다. 그는 “일본전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일본전을 앞두고 특히 예민했다. 1993년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0-1로 패한 게 계기였다. 당시 홍 감독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아쉽게 막지 못했다. 이 공을 미우라 가즈요시(46·요코하마)가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홍 감독은 “선수로 뛸 때 일본에 단 한 번 졌다. 너무 분했다. 일본에 또 지면 축구화를 벗을 각오로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후 홍 감독이 뛴 경기에서 한·일전에서 한국은 4승1무를 기록했다.
지도자 된 이후에도 홍 감독에게 일본전은 전쟁이었다. 코치와 감독을 통틀어 3승2무1패를 기록했다. 23세 이하(U-23)팀을 이끌던 2009년 창원에서 가진 첫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그리고 3년 뒤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을 2-0으로 이겨 복수했다. 당시 홍 감독은 “바셔버려(부숴버려)”라 말하며 대표 선수들에게 강한 몸싸움을 주문해 화제가 됐다.

◆여자 대표팀도 27일 일본전=여자 대표팀은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전통적으로 여자 축구가 강한 일본은 2011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2패에 그치고 있는 한국팀보다 객관적으로 우세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 킬러’ 지소연(22·아이낙 고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여자실업축구 명문 아이낙 고베에서 활약 중인 지소연은 2011년 일본과 두 번의 A매치에서 각각 한 골씩을 기록했다. 이번 경기는 2011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여자 한·일전이다.
김민규·손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