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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 국과수 50돌] 드라마 'CSI'와는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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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범죄현장조사반의 활약상을 그린 미국의 TV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과학수사대)'는 범죄 현장에서 수집한 작은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 인기를 끌고 있다.

의학.곤충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미국 CSI 요원들은 사건 현장에서 지문.손톱.모발.혈흔 등 증거물을 수집.분석하는 일을 전담한다. 유리창의 깨진 방향, 지문 발견 지점 등 현장 정황과 증거물 분석을 토대로 범죄를 재구성하고 범인을 추적한다.

우리나라 과학수사 현실은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변사체가 발견되면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CSI와 법의관 사무실(MEO)에 이 사실을 통보한다. 법의관이 현장에서 검시(檢屍:시체의 외부를 검사하는 일)해 부검 여부를 결정한다. 법의관이 시체를 부검하는 동안 CSI는 자체 실험실에서 채취한 증거물들을 물리.화학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경찰서 형사과의 과학수사계 수사관이 현장감식을 맡는다. 이들은 경험은 있지만 전문지식은 부족하다. 증거의 채취는 경찰의 몫이지만 분석은 국과수가 한다. 검시는 전공에 상관없이 검찰의 의뢰를 받은 공중보건의나 지역의 의사가 맡고 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검사는 사인과 사망 시각 등을 추정한 의사의 시체검안서를 보고 부검 여부를 결정한다.

살인마 유영철 사건과 같은 특수한 경우 경찰의 요청에 따라 감식현장에 국과수 연구원이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에 나가지 못한다.

국과수 최영식 법의학과장은 "우리 법의관은 이미 냉동된 시체를 접하기 때문에 사망 시각 등을 확인하는 데 필수적인 시신의 굳은 정도, 혈액의 가라앉은 정도, 체내 정자 유무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지금도 사인불명의 '의문사'가 계속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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