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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 때려" 조직적 죽봉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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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0일 ‘희망버스’ 시위대가 현대차 울산공장에 진입하기 위해 죽봉을 휘두르는 모습. [뉴시스]

검찰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폭력시위 사태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현장 사진을 토대로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른 과격 시위자를 찾아내고, 불법 폭력시위를 기획·조종한 세력 역시 찾아내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대검 공안부(부장 송찬엽)는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경찰·고용노동부와 함께 ‘현대차 불법 폭력시위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 과격 시위를 벌인 인물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이 이처럼 엄정 대응을 선언한 울산 현대차 공장 시위는 지난 20일에 일어났다. 이날 오후 전국에서 버스 100대를 타고 내려온 시위대 3000여 명과 현대차 보안요원이 효문동 울산공장 명촌정문 옆 쇠그물 펜스를 앞에 두고 대치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자칭 ‘희망버스’ 시위대였다.

 20일 시위 초반에는 폭력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오후 7시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일부 시위대가 펜스를 무너뜨리고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길이 2m 대나무에 ‘공장을 포위하라’ ‘노동해방’ ‘투쟁’이라고 쓰인 깃발(만장)을 든 30여 명이 만장을 휘두르며 앞장을 섰다. 현대차 보안요원들은 소화기와 물대포를 쏘며 진입을 막았다.

 잠시 후 확성기를 설치한 트럭이 만장 기수단 뒤쪽으로 나왔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트럭이다. 트럭 적재함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선 민주노총 간부가 외쳤다. “앞으로, 앞으로, 만장에서 깃발을 떼라.”

 만장을 뗀 기수단은 죽봉 시위대로 돌변했다. 시위 현장에 죽봉부대가 나타난 것은 2011년 7월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2년 만이다. 이들 죽봉부대는 순간적으로 대열을 갖췄다. 좌우로 늘어선 한 줄에 약 10명씩 모두 세 줄을 만들었다. 이들은 “앞으로” “때려” “대기” 등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시위 참가자는 “연습을 한 것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일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가 가세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에서 10여 명, 현대차 쪽에서 80여 명 등 모두 100명 가까이 부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사전에 죽봉과 쇠파이프 등을 준비한 기획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울산 시위에 엄정 대처하기로 한 것 역시 우발적이 아닌 조직적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으로 울산 현대차공장에서 추가 시위를 위한 집회 신청이 접수될 경우 이번 사태를 이유로 집회금지 결정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날 시위와 관련해 경찰은 폭력 현장을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000명 경찰이 시위대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폭력을 휘둘러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죽봉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한 시간 넘게 지난 오후 8시20분에야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해산하라”는 첫 경고방송을 했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섣불리 개입할 경우 시위대가 더 흥분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성명에서 “공권력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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