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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소년 캠프 철저한 안전대책 세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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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타깝게도 5명의 고교생이 돌아오지 못한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는 인재(人災)였다.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데도 교관들은 호루라기만 불고 있었다.

 책임은 일차적으론 캠프에 있다. 학생들을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 채 바닷물에 들어가게 한 것은 안전불감증이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극기형 캠프라 해도 해양·인명 관련 전문자격증을 가진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전에는 아낌없이 투자했어야 마땅하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제도 미비에 있다. 이러한 종류의 극기훈련 캠프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된다. 안전·인력·장비·시설·프로그램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사후 안전점검 지침도 없다. 어린이·청소년은 물론 직장인까지 수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훈련 캠프의 안전문제가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설 캠프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전국에 수백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여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어떤 정부 부처도 이 시설들의 안전문제를 관리하지 않았다니 기가 막힌다. 다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교육을 맡은 교육부, 어린이·청소년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문화·스포츠·레저·관광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생활안전을 책임지는 안전행정부 모두 자기 일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나기 전까지 어떤 부처도 실태를 파악하거나 안전을 비롯한 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일이 없다고 한다. 방학 때마다 사고가 나도 시간만 지나면 같은 사람이 이름만 바꿔 다시 학생을 모집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책임은 당국의 이런 무사안일에 있었던 셈이다.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고, 본격적인 물놀이 철이 시작된다. 이런 사고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유관 부처들이 당장 합동으로 각종 수련 프로그램의 안전·인력·시설에 대해 일제 점검을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아예 안전·인력·시설·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고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당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을 넘기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지자체도 지역을 방문한 손님들이 불행한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시설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지자체로 누가 휴가를 떠나고, 자녀를 보내겠는가. 안전에 대한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든 지자체가 깊이 새겨야 한다. ‘해병대 캠프’ 등 군에 대한 신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에 왜 국방부가 지금까지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았는지도 의아스럽다. 이는 군의 명예를 걸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