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증권 애널리스트들을 몰아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런데 머니(MONEY)의 동료들은 여전히 애널리스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애널리스트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넘어 한 단계 더 나가 그들이 건전한 투자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종합금융서비스 업체들이 리서치 부서를 아예 없애버린다면 우리는 더 좋은 투자 실적을 올릴 것이다. 아마 업체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지난 번 엘리엇 스피처 뉴욕 검찰총장은 황당한 내용의 메릴린치 e-메일을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내부적으로 폄하하고 있는 인터넷 주식들을 일반인들에게 매수하라고 권했다. 스피처 총장은 투자자들보다 은행 거래를 우선시해야만 하는 뿌리 깊은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생긴 현 시대 증권 분석의 타락을 폭로한 것이다.

스피처는 또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보여줬다. 한 때 애널리스트들은(최소한 대부분은) 정말로 투자자들을 우선시했다. 이들을 투자은행들에게서 분리시켜주는 벽이 실제로 존재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소속사에서 원하는 은행 거래지만 투자자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철저히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도덕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바로 리서치다. 리서치 부문는 원래 종합금융서비스 업체에 이익이 됐다. 그때도 지금처럼 기관투자가들은 훌륭한 애널리스트들이 있는 증권사로 거래처를 옮기는 것으로 보답을 해줬다.

규제 당국이 거래 수수료를 고정시켜 놓았을 때인 1975년 이전에만 해도 리서치의 수익성이 높았다. 그러나 수수료 규제가 풀리고 기관들이 대폭 낮아진 거래 수수료를 내기 시작하면서 리서치는 쇠퇴 업종이 됐다.

이것이 벽이 무너진 이유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은행들의 부속품이 돼 자주 투자자들을 배신하게 됐다. 이것이 7자리 숫자의 연봉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종합금융서비스 업체들도 모두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그래서 스피처가 메릴린치에 대해 제안한 것처럼, 누가 리서치 부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그토록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또 하나의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여전히 애널리스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나 한가?

생각해 보면 투자은행들은 사실 애널리스트에게 IPO(기업공개) 등의 거래를 '심사'하라고 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과거의 일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스템은 애널리스트들이 불량 거래를 조장하며 투자자들을 배신하고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킴으로써 투자은행들을 곤경에 빠뜨릴 뿐이다.

물론 증권사들은 리서치 분야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라고 대답한다. 사실 이런 말은 이들이 수수료 규제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당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지금 누구를 놀리나'가 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가 최선이다.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3년, 5년, 10년 후의 기업의 전망이다. 그러나 오늘 날의 주식 리서치는 대부분 단기에 그친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튼실함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마치 게임을 하듯이 다음 분기의 수익을 '추정'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엔론이 그랬다).

이들의 상향조정과 하향조정 역시 단기적인 안목에서 나오는 소음에 불과하다. 정말 오늘 날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우리가 원하는 장기적인 리서치 분야에서는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왜냐고?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의 리서치는 여전히 기관투자가들에게 단기적 관점에서의 정보를 제공한다. 건전한 기관투자가들은 여기에 더해 모두 자체 애널리스트들을 보유하고 이들에게 진정한 분석을 맡긴다. 누구나 입수할 수 있는 외부 리서치는 한정된 용도로만 이용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어떤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경우 대만에 괜찮은 정보원들을 갖고 있어 침체 시점을 내다볼 수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안다. 또 그들은 어떤 통신 애널리스트는 여러 경영진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런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얘기할 때 이들의 말은 특별한 무게를 갖는다. 이런 종류의 정보를 아무나 알고 있는가? 물론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2000년 공정공개규칙(Regulation FD)이 생기면서 주식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세부 정보를 얻을 때에도 애널리스트는 필요없게 됐다. 이제 누구나 애널리스트들처럼 전화 회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자료와 수치들에 똑같이 접근할 수 있다. 어떤 주식이 가치있는지 계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일은 항상 어려웠다. 애널리스트들 역시 최근 와서 매매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의 단기적 관점은 오히려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대형 금융사들에 훌륭한 애널리스트들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훌륭한 애널리스트의 수가 응당 있어야 할 수보다 훨씬 적다. 그리고 리서치가 계속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한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양질의 리서치를 원한다면 리서치가 주 업종이고 고객들이 여기에 큰 돈을 지불해야 하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국 대가를 치른 만큼만 얻게 된다.

NEW YORK (CNN/MONEY) / 이인규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