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런던의 굴욕 … 리보 관리권 월가에 넘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영국 정부는 런던은행간 금리(리보)의 관리권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운영하는 NYSE유로넥스트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해 조작 스캔들로 땅에 떨어진 리보금리의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가 미국의 월스트리트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영국 재무부가 영국 은행업협회(BBA)를 대신할 새 리보 관리자로 NYSE유로넥스트를 선정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SE유로넥스트는 이미 많은 시장의 벤치마크(기준) 지수를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파생상품들을 거래해온 실적이 있어 런던증권거래소(LSE) 등 경쟁자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NYSE유로넥스트는 내년 초 리보를 관리할 금리관리소를 영국 런던에 개설하게 된다. 다만 이 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맡는다. 기존 금리집계 업무는 현 운영기관인 톰슨로이터가 내년 초까지 수행하게 된다.

 리보는 런던 시중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단기금리를 취합해 산출된다. 전 세계적으로 350조 달러(약 39경7800조원)에 이르는 금융계약이 리보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 주요 은행들이 리보를 조작해온 사실이 미국 측의 조사 요구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트레이더들이 금리변동에 베팅해 놓고 리보 결정에 참여하는 자사 담당자에게 e메일이나 SNS 등으로 조작을 의뢰했던 것이다.

리보 조작으로 바클레이스·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UBS 등의 은행이 25억 달러(약 2조7700억원)를 벌금으로 내야 했다. 1986년 리보를 처음 만든 BBA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리보에 대한 산정·관리 및 감독권한을 영국 정부에 반납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리보 개혁안을 모색해 왔다.

 세라 호그 영국 리보기관 선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리보의 국제 신뢰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브라우니 BBA 최고경영자도 “새 기관 출범으로 리보 감독 체계가 강화되고 운영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과가 NYSE유로넥스트의 소유권 변화와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 파생상품 그룹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는 100억 달러(약 11조3600억원)에 유로넥스트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규제 당국의 최종 승인 여부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채승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