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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vs 저우샤오촨 … 미·중 통화정책 '워싱턴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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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계 양강 미국과 중국이 10~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5차 전략·경제 대화(S&E D)’라는 이름으로 세계 전략의 틀을 마련한다. 2009년 시작한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처음 열린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달 초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리는 첫 고위급 회의다.

 미국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사령탑을 맡았다. 중국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양(枉洋) 부총리가 나섰다. 기후변화·에너지 안보 등 전략대화 부분은 케리 장관과 양 국무위원이, 무역 등 경제대화 부분은 루 장관과 왕 부총리가 각각 양측 대표로 나선다.

 관전 포인트는 오바마·시진핑 회담에서 거론된 “갈등 대신 협력을 중시하는 신대국 관계”가 어떻게 구체화되느냐다. 회의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만만찮다.

양 국무위원은 9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두 나라는 세계 경제의 3분의 1,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담당한다”며 “두 나라 간 협력이 전 세계 번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루 재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대국에 걸맞게 시장을 개방하고, 정치·경제를 개혁하도록 압박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신대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려 한다.

 그런 만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측은 경제 개혁 조치 중 하나로 위안화 절상 문제를 거론할 태세다. 미 정부 당국자는 회담 직전 가진 전화 회견에서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고 민간 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해선 금융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두 나라의 통화정책 사령탑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회의 멤버로 참석, 미·중 간 통화정책 논쟁이 예고된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의 도·감청 문제도 시한폭탄이다. 사이버 해킹 등에서 공세적인 미국을 이번엔 중국이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중국 런민(人民)대 진창룽(金燦榮) 교수는 “중국이 좀스럽게 스노든 문제를 제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한폭탄 이슈들을 빼면 기후변화·에너지 안보·통상 등의 분야에서 적잖은 성과가 나올 거라는 예상이 많다. 양 국무위원도 “지난 네 차례 대화에서 모두 340가지의 합의사항과 11개 합의문이 도출됐다”며 “중·미 간 새로운 장을 열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핵 문제도 주요 의제들 중 하나”라고 말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이번 전략대화를 시 주석이 주창한 미·중 신대국 관계 구축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로 규정했다. 정치·외교·경제 문제를 신대국 관계 골격 내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 이번 대화를 통해 미·중은 신대국 관계를 건설하고 상호 존중과 협력의 공동이익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리원(李文) 사회과학원 아태 및 글로벌 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말을 인용, “냉전 이후 대국관계는 서로 이익이 교차해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며 “신흥 대국과 기존 대국 간 협력을 통해서만 상호 이익이 확보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경쟁이 아닌 상호 공영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문은 이번 대화에서 ▶중·미 양자가 전쟁은 물론 충돌·대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고 ▶상호 평등과 존중이 필요하며 ▶상호 협력을 통한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강해지면 패권과 전쟁을 추구했던 구시대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베이징=박승희·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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