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11시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 클럽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전자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구청과 명동관광특구협의회가 주관한 명동 ‘나이트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사거리 가운데 마련된 야외무대 앞은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소리 지르고 춤추는 관객 300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에너지드링크와 술, 담배 냄새가 진동을 했다.
무대 옆 한쪽에는 청소년(15~19세) 60여 명이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담배를 피우며 길바닥에 침을 뱉어댔다. 주변엔 캔맥주와 막걸리통이 널려 있었다. 일부 남녀 학생은 공개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입을 맞추는 등 과감한 ‘스킨십’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서모(14·중 3)양은 “나이트 페스티벌에 온 건 이번이 세 번째”라며 “아는 언니 오빠들에게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듣고 놀러왔다. 막차 끊어지기 전에는 집에 가니까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서양은 새벽 3시가 가까워지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이들을 지켜보던 박모(52)씨는 “아이들이 새벽까지 길거리에서 서성이도록 방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 도대체 누굴 위한 행사냐”고 언성을 높였다.
심야시간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명동 나이트 페스티벌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여학생은 진한 화장을 하고 핫팬츠를 입었다. 일부 남학생은 염색을 하거나 문신을 했다. 미성년자인데도 대부분 담배를 피웠다. 중 3인 유모군은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잔다’고 거짓말을 하고 왔다”며 “다들 새벽까지 홍대 놀이터에 모여 놀다 첫 차를 타고 간다”고 답했다.
나이트 페스티벌은 최창식 중구청장이 지난해 9월 도입했다. 명동에 홍대나 강남처럼 밤 늦게까지 관광객을 끌어보자는 취지다. 1회에 3000만원씩 연간 3억원을 투입한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연령 제한이 없어 청소년들이 쉽게 참가할 수 있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초기에는 학생들끼리 댄스 배틀을 벌이다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며 “본래 취지대로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어서 행사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상권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예술극장 사거리는 화장품점과 옷가게, 은행이 입점해 있다. 10시 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행사 덕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무대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 있는 J호텔은 관광객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일본인·중국인 관광객이 창문이 없는 방으로 바꿔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에서는 항의하는 고객들에게 객실 요금을 환불해 주기도 한다.
취재에 동행한 왕태진 남대문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도 “직접 보니 탈선이 우려된다”며 “중구청과 협의해 개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