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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서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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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밝은 면을 보자. 지난 2년 간의 미국 증시 손실은 주식 투자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훌륭한 교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는 데에는 모닝스타의 주식 애널리스트 25명이 최적격일 것이다.

이들은 질문과 실수, 실패로 얻은 교훈 등을 담은 e-메일을 매주 수십 통씩 받는다. 게다가 이들은 새천년의 활기찬 시작에서부터 나스닥 1천5백 포인트 시대까지 온갖 격동의 시간을 목격했다. 필자는 애널리스트들에게 투자자들이 미리 주의할 수 있게 독자들의 과거 실수들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대 거래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최대의 실책. 판타지 베이스볼(온라인 게임)에서 팀을 운영해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메이저리그 감독보다도 훨씬 더 자주 선수들을 영입하고 트레이드하고 방출했을 것이다. 교체 대상이 살아 숨쉬는 선수들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상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처럼 잦은 교체가 일어난다.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고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런 거래는 항상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판타지 베이스볼 게임의 많은 팀들이 3주 동안 부진했다는 이유로 한 스타 선수를 쫓아냈다가 그 선수가 팀을 옮기고 나서 한 달에 홈런을 9개 터뜨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주식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증권을 현실 세계에서 성장과 부진을 거듭하는 한 기업의 주식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지 한 순간에 팔아치울 수 있는 온라인 카드 정도로 보는 것이다. 몇 달은 두고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주식이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데 지친 투자자들은 정말 좋은 기업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고평가된 주식을 매입한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면 향후 6개월 내에 새로 산 주식은 하락하고 팔았던 주식은 멋지게 재기한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들의 말만 믿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증거는 많다. 몇 년 전 UC버클리 대학의 하스 비즈니스스쿨 부교수인 테란스 오딘은 할인증권거래 투자자 수천 명의 거래 실적을 조사했다. 결론은 주식을 성급하게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침착한 투자자들보다 수익률이 3%포인트 뒤졌다. 게다가 거래 비용도 6%포인트 더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나친 믿음

재밌는 일은 성급히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자들은 정반대 경우의 제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한 투자에 너무 오랫동안 집착하며 주식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려 최소한 본전은 뽑겠다는 기대를 갖는다. 이런 투자자들은 "더 떨어지지는 않겠죠?"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더 떨어진다. JDS유니페이스 월드콤 엔론 글로벌크로싱의 주가들은 모두 더 떨어졌다. 줄곧 바닥을 향해서 추락을 거듭했다.

매도 시점 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한 기업의 사업이 부진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이 부진이 일시적인 재고 잔량 때문인지 아니면 더욱 심각하고 장기적인 문제 때문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판단이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시도는 해보아야 한다. 매도 시점에 대한 피터 린치의 충고를 떠올려 보자. 그 기업의 주식을 샀던 이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때다.

차트

아, 도표들. 상하좌우로 휘갈겨진 도표를 극도로 숭배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이 표를 통해 열심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눈을 감자. 90일평균이동선, 돌파이동선 같은 것들은 잊어버려라.

정확히 말하자면 50% 정도 맞는다. 나머지 50%의 주식은 도표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향한다.

도표에 대한 맹신은 주식의 절대 가격이 유의미하다는 믿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애널리스트들은 "아, 저 주식은 2백40달러에 팔리네. 너무 비싼데"라든지 "음, 4달러라. 주가가 싸군"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니다. 주식의 달러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시가총액만이 의미가 있다. 1억 주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35달러인 것과 1천만 주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 3백50달러일 때 양 기업의 가치는 정확히 일치한다.

대기업 증후군

명심하라.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 기업의 전망이 밝을 때, 둘째는 매입가가 적절할 때다. 이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시키면 최고의 주식이 된다.

첫 번째 요소를 충족한다해도 두 번째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좋은 자동차다. 하지만 5만 달러면 살 수 있는 이 차를 얻기 위해 10만 달러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1998년에 코카콜라가 훌륭한 기업이라며 주당 85달러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현재 주당 가치가 58달러인 훌륭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꼴이 됐다. 이래서는 재미를 볼 수 없다.

게다가 훌륭한 회사라는 조건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 1990년대에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이 선호했던 기업들을 살펴보면 일부는 여전히 실적이 좋지만 나머지 일부는 바닥을 기고 있다. 현재 좋은 실적을 보이는 기업을 열거하기는 쉽다. 그러나 5년 혹은 10년 후에도 좋을지 알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꿈의 주식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일은 복권을 긁는 것과 다르다. 경영은 기쁨과 좌절이 시시각각으로 교차하는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조그만 기업이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주식을 산다는 것. 많은 투자자들이 꾸는 꿈이다. 그래서 소기업 한두 곳의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자들은 또 하나의 복권 당첨을 기대하며 그 부문으로 몰려간다.

그러나 복권 당첨 확률이 매우 낮은 것처럼 소기업들이 크게 성공하는 예도 드물다. 연구자들의 조사한 과거의 투자 형태들 중 신흥성장주 투자가 한 자릿수의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인기를 끄는 기업 공개도 1990년대 말 잠깐을 제외하면 항상 거래 첫날이 지나면 주가가 하락했다. 일반인이 특정 주식이나 부문이 유망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전문가들은 이미 그곳을 빠져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발을 빼는 시점에서 그 주식이나 업종을 칭찬할 것이다.

50센트짜리 복권이라면 재미로 가망성이 거의 없는 꿈을 꿔볼 수 있다. 그러나 1만 달러 혹은 5만 달러짜리 투자에서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3분기를 허비하는 것과 포트폴리오에서 진짜 돈을 잃는 것은 전혀 다르다. 유혹을 피해야 한다.

John Rekanthler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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