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무원 하다 4개월 전 귀농 … 버섯 재배로 월 1억 매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이진성 유린버섯농가 대표가 재배동에서 기르고 있는 새송이 버섯을 들어 보였다. [조영회 기자]

농사를 시작한지 불과 4개월 만에 억대 매출을 바라보는 농사꾼이 있다. 아산에서 새송이 버섯 농가를 운영하는 이진성(46)대표가 그 주인공.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도심에서 떨어진 아산으로 귀농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 첫 걸음마를 뗀 것뿐입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어요. 지금은 새송이 버섯으로 시작했지만 추후 새로운 종균 개발로 버섯 시장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이 대표는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현재 아산 배방읍 수철리 4300㎡(1300여 평)의 대지에서 유린버섯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농장 바로 앞에는 조그만 저수지가 있고 뒤에는 푸른 산들이 우거져 있었다. 빼어난 경치를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귀농을 시작한 시점은 올해 2월. 아직은 ‘초보 농사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불과 4개월 만에 억대 매출을 가능케 하는 생산라인을 갖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버섯은 월 평균 40t 정도. 월 매출은 1억원 정도다. 근무하는 직원도 5명이나 된다. 현재 그는 자신의 농가에서 생산되는 버섯을 갖고 직접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나가 판매를 하고 있으며 지역 농협과 축협 등의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농사일을 막 시작하는 농사꾼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락동이 가장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알려주는 주변인들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됐죠. 모르는 부분은 세심히 가르쳐주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이웃들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정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도움을 받을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야죠.”

서울대 출신의 농업인 귀농의 ‘새 바람’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다. 또한 동 대학원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거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박사과정 수료 후에는 환경부 연구소에서 공무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환경부에서 5년여 동안 재직할 당시 버섯을 연구하며 전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던 버섯의 신종발굴 4종, 국내 미기록 종류의 버섯 50여 가지를 발견해 20~30편의 논문을 작성하며 주변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귀농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버섯에 대한 집중연구’와 ‘가족’때문이었다.

 “환경부 연구소에서 근무했을 당시 버섯에 관심이 많아 여러 연구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의 공간에서 버섯만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싶었어요.”

 직장생활에 지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직장생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귀농을 결심했고 주말에는 마땅한 대지를 찾기 위해 여러 지역을 둘러봤다. 생각보다 비싼 대지 가격에 고심도 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자신의 농가가 위치해있는 배방읍 수철리에 비교적 싼 금액으로 지금의 대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남들은 귀농을 시작할 때 언제 다시 도시로 돌아갈지 모르니 대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라고도 했지만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대지를 구입했으며 그곳에 2300㎡(700여 평)의 버섯재배동(건물)을 지었다. 그가 귀농 정착에 들인 돈은 어림잡아 10억여 원. 그 중 이 대표의 돈은 4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주변인들이 그를 믿고 투자를 해준 것.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빨리 돌아갔지만 귀농을 하는데 있어 그에게 그리 큰 시련은 없었다.

“새송이 버섯을 재배하는 과정이나 방법 등은 미리 알고 있었고 공무원 재직 당시에도 사전조사가 철저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이제 제대로 된 유통망을 갖추면 대지 한 켠에 저만의 연구소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귀농을 한 뒤 이 대표가 찾은 가장 큰 행복은 바로 ‘가족사랑’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의 부인과 두 자녀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더욱 가정이 화목해졌다고 한다. 현재는 그의 장인어른과 장모도 이곳에 내려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저희 아버지가 얼마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진작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제가 모시고 살았다면 암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저희 장인어른 역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죠. 병원에서는 6개월 정도밖에 못사신다고 했는데 이곳에서 거주하면서 암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드셨죠. 현재는 거의 완치된 상태라고 해요. 저에게 있어 이곳 아산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고마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농과 귀촌은 전혀 다른 의미”

최근 정년이 빨라지면서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는 추세다. 이 대표는 이런 이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바로 사전조사를 통해 목표를 설정한 뒤 귀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귀농과 귀촌은 전혀 다른 의미라고 힘줘 말했다.

“귀농을 생각한다면 농촌에서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수익은 얼마나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돈이 목표라면 그만큼 열심히 하고 꾸준히 연구해야죠. 귀촌은 자신이 벌어놓은 돈을 투자해 농촌에서의 행복한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지역은 어디인지 집은 어떻게 지을 것인지가 우선적으로 생각돼야 합니다.”

그 역시 귀농을 하면서 뚜렷한 목표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만의 특허 버섯을 개발해 시장으로 내보내고 나아가 우리나라 버섯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농업인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잖아요. 저의 존재가 버섯 시장에 큰 도움을 준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죠. 뿐만 아니라 버섯 농가에도 뭔가 큰 활력소를 불어넣는 그런 농사꾼이 되고 싶어요. 저와 같이 은퇴 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일단 성공가도를 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모든 바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