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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교육부 '연금 대납' 대학 리스트 왜 공개 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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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사립대 44곳이 지난해까지 교직원 개인들이 부담해야 할 돈 2080억원을 불법으로 대신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낸 등록금이 주로 쓰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중 26개 대학은 교직원들이 부담해야 할 사학연금 보험료(개인부담금) 1217억원을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교비회계에서 대납해줬다. 의무가입인 사학연금뿐 아니라 교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한 개인연금 보험료까지 대신 내준 대학도 15곳(606억원)이나 됐다.

 그렇잖아도 사학연금은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에 비해 혜택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교직원 개인이 낼 돈을 대학이 대신 내줬다. ‘대학의 집단 이기주의’에 학생과 학부모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부는 전체 사립대 실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들 대학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학들이 더 이상 대납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용된 등록금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회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정서는 국민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감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 제목부터가 그렇다.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등 대학 부담 중단 조치로 등록금 부담 경감’. ‘교육부가 사립대 교직원들 연금 보험료의 대납을 중단시켜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켰다’는 뜻이다. 이번에 적발된 대학 중엔 1993년부터 교직원 개인보험료를 대납해온 곳도 있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반성은 없이 등록금이 허투루 쓰이던 관행을 바로잡았다며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잘못 쓰인 등록금을 회수할 방안 마련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보도자료에는 ‘회수’ ‘환수’ 같은 단어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등록금을 엉뚱하게 쓴 사립대 이사장과 총장·처장들에게 교육부가 내린 처벌은 ‘경고(사임 불문)’ ‘경징계(퇴직 불문)’ 등이다. 당사자가 사임 혹은 퇴직을 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不問]는 의미다. 등록금 2080억원이 유용됐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지난 3일 교육부 직원 300여 명은 최근 발표된 ‘정부3.0’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정부3.0은 ‘국민 개개인을 정부 운영의 중심에 놓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의지를 담은 정책이다. 이날 교육부 관료들의 교육자료에선 국민이 바라는 정부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부’라고 적고 있다. 교육부는 문제의 대학들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비밀에 부친다면 교육부는 ‘정부3.0’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