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말 흥행]톰 행크스, 컴퓨터 생쥐에 박빙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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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흥행잔치를 벌여오던 북미 박스오피스가 이번 주말에는 여름시즌임을 망각하게 할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를 나타내었다. 7월 19일부터 21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극장가는, 빅히트작의 속편인 '스튜어트 리틀 2(Stuart Little 2)'와 오랜만에 보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액션작 'K-19 (K-19: The Widowmaker)'와 같은 굵직한 신작들이 개봉에 돌입하였고, 지난 주말, 극장 당 수입에서 놀라운 흥행력을 과시했던 톰 행크스 주연의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이 확대 상영에 돌입하는 등 풍성한 화제작들로 채워졌으나 흥행결과는 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1,541만불을 벌어들인 '로드 투 퍼디션'이 1,512만불을 벌어들인 '스튜어트 리틀 2'를 누르고 이번 주 1위를 차지하였으나, 1위의 주말 흥행수입으로서는 지난 2월 말, 1위를 차지했던 '퀸 오브 뱀파이어'가 2,511개 극장에서 벌어들였던 1,476만불 이후 가장 낮은 성적에 해당한다. 그나마 '스튜어트 리틀 2'의 경우, 개봉관 수가 무려 3,255개 극장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의 개봉성적은 더욱 초라해진다. 작년의 같은 기간동안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쥬라기 공원 3'과 '아메리칸 스위트하트'의 수입은 각각 5,077만불과 3,018만불이었고, 2000년의 같은 기간에는 '왓 라이즈 비니스'와 'X-맨'이 각각 2,970만불과 2,347만불을 벌어들였었다.

'스튜어트 리틀 2'의 강력한 라이벌로 예상되었던 신작 'K-19'의 흥행성적 역시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828개 극장에서 개봉한 'K-19'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1,278만불의 수입을 기록해 4위로 데뷔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새로 개봉한 대작들이 이처럼 저조한 성적을 나타냄에 따라, 이번 주말 또 한편의 신작인 저예산 호러물 '에이트 렉드 프릭스(Eight Legged Freaks)'가 649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랭크된 것은 오히려 선방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지난 주말까지 2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던 '맨 인 블랙 II'는 1,455만불의 수입을 기록하며 두 계단 내려온 3위를 차지하였다. 개봉후 현재까지 19일 동안, 이 검은 옷의 사나이들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5,813만불에 달한다.

이번 주말 5위는 732만불을 벌어들인 매튜 맥코너히-크리스챤 슬레이터 주연의 SF 환타지 액션물 '레인 오브 파이어(Reign Of Fire)'가 차지하였고, 간발의 차이인 731만불의 흥행을 기록한 아담 샌들러 주연의 로맨틱 코메디 '미스터 디즈(Mr. Deeds)'가 그 뒤를 이었다. 개봉 4주째인 '미스터 디즈'는 이번 주말까지 1억 763만불의 수입을 올려, 1억불 흥행작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번 주말 2위로 개봉한 '스튜어트 리틀 2(Stuart Little 2)'는 1999년말 개봉하여 북미에서만 1억 4,002만불, 세계적으로는 2억 5,620만불을 벌어들이는 깜짝 히트를 기록했던 전편의 스탭과 출연진들이 다시 모여 만든 가족용 영화이다.

77분의 런닝타임에 무려 1억 2천만불의 제작비를 투입한 이번 속편을 위해, 전편에서 E.B. 화이트가 쓴 원작동화 속의 생쥐 스튜어트를 스크린에 데뷔시키는데 성공했던 롭 민코프 감독이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고, 전편의 제작자 더글라스 윅 역시 다시 제작에 합류했으며, 스튜어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마이클 J. 폭스, 스튜어트를 입양했던 인간가족들이었던 지나 데이비스, 휴 로리, 조나산 립닉키 등이 다시 공연하고 있다. 전편에서 스튜어트와 앙숙관계였던 고양이 스노우볼의 목소리 연기를 네이선 레인이 다시 맡은 것은 물론. 이들 원래 멤버들 외에 새로 보강된 목소리 출연진으로 멜라니 그리피스와 제임스 우즈가 각각 섹시한 비둘기 마갈로와 사나운 매 팔콘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전편에 이어 순수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스튜어트는 전편으로부터의 시간을 반영하듯 몇 년 더 나이를 먹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제 스튜어트는 어머니 리틀부인의 귀여움만 받는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독립심을 갖추기를 원할 나이가 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름다운 비둘기 마갈로가 스튜어트의 자동차로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지금 사나운 매 '팔콘'에게 쫓기는 상태. 스튜어트는 마갈로를 집으로 데리고 와 보살피려 하지만, 팔콘의 협박을 받은 그녀는 리틀 부인의 반지를 훔쳐 떠나버린다. 그녀가 팔콘에게 잡혀갔다고 생각한 스튜어트는 앙숙에서 친구로 변신한 고양이 스노우 볼과 함께 그녀를 찾아 맨하탄의 거리를 헤맨다. 이내 한 고층건물의 옥상에 위치한 팔콘의 거처를 발견한 스튜어트는 마갈로를 구하기 위해 팔콘과의 공중전도 불사하는데...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전편에 이어 이번 속편에 대해서도 재미, 내용, 특수효과 면에서 모두 만장일치의 호감을 나타내었다.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든은 "전편과 그를 능가하는 이번 속편은 정말 뛰어난 가족용 영화들이다."고 전제한 뒤, "다른 많은 가족용 영화들과는 달리, '스튜어트 리틀 2'는 최신 유행에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있는 이 영화는 (자신과 같은 가족용 영화가) 가지말아야 할 곳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 역시 "스튜어트 리틀의 세계는 정말 껴안아주고 싶도록 놀라운 세계이다. 마치 극중 스튜어트처럼 영화는 따뜻하고, 활기차며 순수하다."고 극찬했으며, 버라이어티의 조 레이든은 "디지털 인물들과 실제 출연진들 사이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경계가 없어져서 관객들은 이상하다는 생각대신 자연현상처럼 단순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이번 주말 4위로 개봉한 'K-19 (K-19: The Widowmaker)'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히어로 이미지의 해리슨 포드가 소련 핵잠수함의 러시아인 함장을 연기하는 액션 스릴러물이다. 오랜만에 대규모 액션 영화에 출연한 포드는 "내가 러시아 액센트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미국관객들이 어색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결코 해리슨 포드 표의 영화가 아니다."며 영화를 소개하였다. 포드와 대립하는 전임함장 역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1'과 '쉰들러 리스트'의 리암 니슨이 출연한다.

이 남성관객용 스릴러를 연출한 이는 여성감독 중에서 최고의 액션/스릴러 감독으로 손꼽히는 캐슬린 비글로우. '죽음의 키스', '블루 스틸'부터 최근의 '웨이트 오브 워터' 등의 수작들을 만들어 온 그녀는 이미 '폭풍속으로'에서 남성들의 세계를 훌륭히 그려낸 바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배경은 1961년.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다. 제작과정에서 많은 인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바람에 '과부제조기(Widowmaker)'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러시아의 최정예 핵잠수함 K-19는 비밀 정찰임무를 띠고 대서양을 운항하던 중, 보유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승부원 23명과 함께 침몰의 위기에 놓인다. 더군다나 사고 위치는 자유세계 군사기지의 선봉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거리. 만일 누출을 빠른 시간내에 막지 못하면 연쇄반응후 핵폭발로 이어지고, 이를 미국 측이 소련의 핵공격으로 판단할 경우, 3차대전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이제 K-19의 알렉스 보스트리코프 함장(해리슨 포드)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방사능 노출 및 침몰을 방지하고, 한편으로는 미군들과 협상을 벌여야하는데, 이 가운데 또 다른 위험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전임 함장인 미하일 플레닌 부함장(리암 니슨)과 그의 동조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과연 K-19호의 운명은?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정확히 양분되었다. 먼저 이 영화에 호감을 표현한 평론가들서,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은 정말 뛰어난 테크니션이다. 그녀는 결코 실수하는 법이 없으며, 포드와 니슨, 두 배우의 개인적인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도 수완을 발휘한다."고 평했고,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이 영화가 그려내는 희생정신과 감동적인 에필로그에 감동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격찬을 보냈으며,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 역시 "기계적인 재난과 함께 죽음의 결투를 펼치는 두 자아를 그린 빠르고 긴장감넘치는 드라마."라고 칭했다. 반면 이 영화에 혹평을 실은 평론가들로서, 굿모닝 아메리카의 조엘 시겔은 "올 여름시즌, 할리우드의 진정한 첫 번째 실패작."이라고 일축하였고, 달라스 모닝 뉴스의 필립 원치는 "해리슨 포드가 소련 최초 핵잠수함의 함장역을 연기하는 것을 보노라면, 마치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The Boys From Brazil)'에서 그레고리 펙이 나찌군을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역!"이라고 불만을 터뜨렸으며, 버라이어티의 로버트 코엘러는 "잠수함 영화의 속성과 원안이 된 실화는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잠수함 장르를 새롭게 하는데 필요한 상상력이 제거되었다."고 혹평을 가했다.

이번 주말 7위로 개봉한 '에이트 렉드 프릭스(Eight Legged Freaks)'는 돌연변이한 대형 거미를 등장시켜 옛날 괴물영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의도적인' B 등급 코믹 호러물이다. 뉴질랜드 출생의 엘로리 엘카이엠이 자신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택한 이 영화가 SF 팬들의 시선에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제작진 때문인데, '인디펜던스 데이'와 '고질라'의 롤랜드 에머리히-딘 데블린 콤비가 제작을 담당했다. 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즈 사는 원래 작년 하반기에 이 영화의 개봉을 계획했었으나 9-11 테러가 발생하자 개봉을 연기하였고,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제목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괴물 거미들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들인 탓에 '스크림' 3부작의 데이비드 아퀘드 외에는 이렇다 알려진 연기자들이 출연하지 않았으며, 거미들에 대한 시각효과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CFX가 연출했다.

시골 광산마을에 화학약품이 뿌려지고, 이로 인해 돌연변이한 대형 괴물거미들이 수백마리 탄생하여 주민들을 위협한다.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 맥코믹(데이비드 아퀘드)과 보안관 샘 파커(카리 훌러)를 선두로 한 일군의 마을 주민들은 이 '발이 여덟개 달린 이 괴물들(eight legged freaks)'과의 사투에 나선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평과 차가운 혹평으로 나뉘어 졌다. 우선 비교적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특수효과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매우 재치있는 동시에 재미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느긋한 방법으로 진정한 기쁨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평했으며, 버라이어티의 데니스 하비는 "독창성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단 한번의 멍청한 순간도 없는 코믹 스릴러물."이라고 양호하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반면, 적대감을 표한 평론가들로서,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조조 입장료 값어치도 하지 못하는 영화."로 못박았고,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복합상영관에서 십대들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 영화는 결코 이 고전 장르에 다시 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거나 잘 만들지 못했다."고 공격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문제는 영화의 중반쯤에 이르러 제작진들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나 시각적 개그들이 모두 고갈되어 버린다는 점이다."고 지적하였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인기 호러 시리즈 8번째 작품인 '할로윈: 부활(Halloween: Resurrection)'이 552만불의 수입으로 8위에 랭크되었고, 디즈니의 여름시즌용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가 497만불의 수입으로 9위, 그리고 동명의 인기 TV물을 스크린으로 옮긴 '크로코다일 헌터(The Crocodile Hunter: Collision Course)'가 467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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