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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의 길 트인 국악|성균관대 박오수교수 음계·진동수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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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날 국악에서 쓰고있는 음계가 세종때에 정해놓은 표준음을 정확하게 이어왔을 뿐 아니라 가장 이론에 맞는 화성적인 음계임이 성균관대학 물리학교수 박흥수박사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25·26일 양일간 건국대학에서 열린 한국물리학회에는 3백여명의 전국 물리학자가 참석하여 모두 35편의 학술발표를 가졌는데 그중 박교수의『한국 음악의 기본음의 진동 수와 음계에 관하여』란 강연을 소개한다.
현재 연주하고 있는 국악은 정악인 아악과 민속악의 두종류로 크게 나눈다. 정악에서는아무런 음에 표준도 없이 다만 연주가인 인간문화재들이 느낌으로 기억에 의한 음계로서 옛악보에 다르거나 또는 스숭에게서 이어받은 악곡을 연주하고 있다.
민속악은 그나마 악보도 없이 연주가들이 기억에의해서 또는 제나름대로 연주하고 있기때문에 표준음은 고사하고 정악의 음계와 같은 것인지의 여부도 알길이 없었다.
또한 국악의 음계가 화성학적인 아름다운 음계인지 또는 단순히 원시적인 선율적인 것인지도 미지수였고 외국인이 한국의 음계가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면 답변이 궁하여 난처한 형편이었다.
성종 24년에 발간된 국악의 최고악전인 『악학궤범』과 『세종실록』에 의하면 국악의 표준음을 정하기 위해 황종률관이란 것을 만들었다.
이관은 세종 12년에 새로이 도량형을 제정 공포한 가운데 황종척이란 것으로 재서 길이는9자에 안둘fp 9푼의 아래위가 고른 죽관이다. 이황종율관을 삼분손익법에 의해서 12율음을표준으로 정했던때매의 표준자는 임진난에 모두 분실되었기 때문에 박교수는 현 인간문화재들의 연주 음악을 각음마다 진동수를 측정하여 음계와 표준음을 찾아냈다.
대금의 김성진씨, 단소의 김기수 공해룡씨등 대금 단소의 인간문화재 전원과 서울대 음대대학원생 전원을 동원한 결과 표준음인 황종은 매초당 2백69회의 진동음이며 황종관의 길이는 31·25㎝, 황종척의 길이는 34·72㎝을 밝혀냈다.
황종관이 내는 소리는 기온이 섭씨19·7도 습도 77%, 기압7백52일 때 매초 2백69·2 「사이클」 이었다.
국악 연주가들은 하나같이 음계를 모르고 있을 뿐아니라 연주법이 복잡해서 한음을 내는데 방범이 여러 가지였기 때문에 정확히 전해져 왔는지 의문시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악이나 민속악을 막론하고 2백69「사이클」인 표준음을 삼분손익법에 의하여12개로 나눈 순정음계를 정확히 쓰고있다 .
인간문화재의 평균오차는 한음계의 60분의1정도로서 인간의 귀로 구분할수 없는 정도의음감능력을 보였다.
또한 이미 세종때의 음계가 배수의 진동수를 나타내 현대의 음악에 손색없는 이론적인 체계를 갖춘 것 임이 밝혀졌다.
국악은 보다 뛰어난 작곡을 한다면 앞으로 발전시킬수 있는 과학적인 바탕을 가졌다고 박교수는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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