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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광랜은 조깅 수준…LTE-A 오늘부터 '볼트급 스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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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TE(롱텀에볼루션)의 세상 충분히 빠르다고 합니다. 충분하다는 것은 아직 그 이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존재한 적도 만나본 적도 없는 새로운 속도’(SK텔레콤 LTE-A 광고 중)

 26일 세계 최초로 가장 빠른 이동통신 시대가 국내에서 열렸다. 현재 4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LTE보다 두 배 빠른 LTE-A(Long Term Evolution Advanced)를 국내 회사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은 이날 LTE-A 서비스를 개시했고, 삼성전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갤럭시S4 LTE-A’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아울러 경쟁사인 LG유플러스도 다음달 중 LTE-A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LG전자는 8월, 팬택은 8~9월쯤 LTE-A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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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 인터넷보다 빠르다=LTE-A의 핵심은 속도다. 이론상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150Mbps까지 가능하다. LTE보다는 두 배, 3G보다는 10배 정도 빠르다. 유선 인터넷(광랜) 속도(100Mbps)를 능가한다. 예를 들어 용량이 1기가바이트(GB)인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내려받는다면 LTE-A에서는 54초면 된다. 3G에서는 9분15초, LTE에서는 1분47초, 유선 인터넷에서는 1분20초가 걸린다.

 이동통신 속도가 빨라진 만큼 앞으로는 더 편리하게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LTE-A에서는 특히 고화질 영상 콘텐트나 고음질 음성 콘텐트를 끊김 없이 생생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기존 3G 단말에서도 제공하던 다자 간 영상회의를 대폭 개선한 서비스를 이날부터 시작했다. 또 모바일 TV 시청의 품질과 서비스도 크게 개선돼 인터넷 TV(IPTV)도 풀 HD급 화질로 볼 수 있게 했다. 두 배 빨라진 속도 덕분에 한 개의 화면에서 두 장면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 개의 화면에서 두 개의 야구 경기 장면을 볼 수 있고, 6개 쇼핑 채널을 동시에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쇼핑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플랙(FLAC)’이라는 무손실음원 내려받기 기술을 통해 가요·팝·재즈 같은 음원을 CD 수준의 생생한 원음 그대로 모바일 환경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는 물론 음성까지도 LTE-A가 가능한 LTE-A 단말기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음성과 문자는 기존 통신 네트워크(CDMA)로, 데이터통신은 LTE 네트워크를 이용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LTE 네트워크만으로 음성·문자·데이터통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문자와 음성통화의 전송시간은 2.5초대로 단축되고, 배터리 사용 시간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음성까지 LTE-A가 적용되기 때문에 음성통화를 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소비자에겐 광대역LTE와 같아=LTE-A는 기존 주파수 대역 2개를 하나로 합치는 ‘주파수 묶음기(Carrier Aggregation)’를 이용한다. 서로 떨어진 10MHz 대역폭 2개 대역을 연결해 20MHz 광대역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최대 150Mbps 속도까지 지원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SK텔레콤은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LTE 콘퍼런스인 ‘LTE월드서밋’의 ‘LTE어워드’에서 ‘최고 LTE 발전상’을 수상했다.

 당초 SK텔레콤은 9월에 LTE-A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3개월가량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대역 LTE를 의식한 결과로 해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광대역 LTE와 LTE-A는 별 차이가 없다. 둘 다 모두 현재 LTE보다 속도가 두 배 빨라진다. 그러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차이가 크다. KT가 1.8GHz의 또 다른 인접대역을 할당받는다면 적은 투자비용만으로도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주파수 경매 결과가 어떻든 일단 LTE-A급 속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표를 서두른 셈이다. LG유플러스도 이날 LTE-A 상용화 시기를 계획보다 두 달 앞당긴 다음달 초로 발표했다.

 기술은 언제나 필요를 앞선다. 업계에서는 이미 LTE-A를 넘어서는 5세대(G) 이동통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5G는 최대 속도가 수십Gbps(초당 기가비트)로, LTE보다 최대 1000배 빠른 차세대 통신망이다. 5G를 이용하면 영화 ‘7번 방의 선물’은 1초면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말 통신사·장비제조사 등 산업계와 학계·연구계·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5G 포럼’을 창립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5G 이동통신 환경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통신비 늘어날까=SK텔레콤은 당장 서울 전역과 경기·충청도 등 총 42개 중심가와 103개 대학가 등에서 LTE-A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요금은 LTE와 그대로다. 속도가 두 배 빨라진다고 해서 추가 요금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LTE-A를 서비스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하다. 이날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4 LTE-A’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이전 LTE 모델보다 5만5000원 오른 95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데이터 속도가 빨라지면 통신비 부담은 자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0.7%에 불과했던 2007년(1분기 기준)에는 가구당(2인 이상 가구) 월평균 통신요금이 12만원대에 머물렀지만, 국민 3명 중 두 명은 스마트폰을 쓰는 지난해에는 월 통신비가 15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특히 LTE가 보편화되기 전인 2011년까지 13만원대에 머무르던 통신 요금이 이듬해에는 15만원대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LTE-A 서비스 자체에 대한 회의도 나온다. 지금도 LTE 속도가 만족스러운데 굳이 더 빠른 서비스가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장동현 SK텔레콤 마케팅 부문장은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지만 오히려 예상보다 LTE 확산 속도가 더 빨랐다”며 “올 하반기 가입자의 40~50%가 LTE-A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하반기 출시되는 단말기의 대부분이 LTE-A용 단말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데이터 품질(속도 등)에 따라 요금에 차이를 두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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