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CJ그룹 이재현(53) 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사법처리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주말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구속기간 동안 추가 수사를 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변수가 새로 드러나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물론 검찰·법원도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검찰의 기소 시점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월 새로 제정한 ‘조세포탈 범죄 양형기준’이 다음달 1일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사 진행 상황으로 볼 때 이 회장은 새 양형기준의 첫 적용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한 뒤 실제 기소하기까지는 통상 10~20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주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이다. 현재 조세포탈액이 10억원 이상이면 형량은 징역 5년 이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없어 과거 판례를 참고해 형을 선고해 왔다. 지난 2월 220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권혁(63) 시도상선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포탈액이 286억원이었던 박연차(68)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는 2011년 12월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6~2011년 처벌받은 5억원 이상 조세범의 51%가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새 기준이 적용되면 형량이 크게 높아진다. 이에 따르면 조세포탈 액수가 200억원이 넘으면 기본 형량은 5~9년이다. 가중 요인이 많을 경우 8~12년으로 늘어날 수 있고 감경할 수 있는 한도도 4년까지로 제한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차명 주식거래나 미술품 거래를 통해 500억~60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또 600억원 횡령 혐의와 350억원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각각 300억원 이상이라서 양형기준상 징역 5~8년에 해당한다. 기본 형량을 적용할 경우 재산국외도피 등을 제외하더라도 조세포탈 혐의(최대 징역 9년)에 동종 범죄로 분류하는 횡령·배임 혐의로 인한 형량 4년을 더하면 최대 징역 13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에서 기소하더라도 가중·감경 요소를 감안해 양형이 늘거나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공범인 신모(57) 부사장과의 형평성도 관심사다. 이미 구속된 신 부사장은 이번 주 기소될 예정이라서 새 기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신 부사장도 이 회장과 함께 재판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양형도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재판부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2008년 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44)씨의 살인청부 의혹 사건 수사 때 비자금 운용의 꼬리가 처음 밟혔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도 천신일(70) 세중나모 회장과의 이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두 사건 모두 유야무야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이 회장의 수상한 돈거래 단서를 통보받았다. 올해 초 국세청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탈세 의혹을 조사하다가 CJ그룹과의 수천억원대 미술품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CJ그룹 본사와 경영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 5주 만에 이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