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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 처리 보류 … 내년초 시행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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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래된 아파트 건물 위로 2~3개 층을 더 올리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법안이 내년 초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서울 강남권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강북 지역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토위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의 형평성과 안전성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국토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로 다시 넘겼다. 개정안의 시행은 공포 후 6개월이어서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차질을 빚게 된다. 국회 일정상 다음 주 초까지 국토위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연말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정부 발표를 믿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아파트 단지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내년 초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던 주민들에게 국회가 큰 실망을 안겨줬다”며 “정부 발표 대책이 국회에서 자꾸 바뀌면 어떻게 정부를 믿고 따라갈 수 있나”라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조만간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허용된다고 소개하고 성사시킨 매매계약이 10건 정도 된다”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중개사기로 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기풍 국토부 1차관은 “4·1 부동산종합대책에 포함된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은 이달 초 여야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고, 여야 간에 의견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통과를 낙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은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 단지에서 기존 건물 위로 최대 3개 층을 올리고 가구수는 최대 15%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심재철 의원(새누리당)과 주승용 의원(민주당)이 각각 발의했다. 수직증축으로 가구수를 늘려 일반분양으로 팔면 리모델링 조합원의 사업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은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는 전국에 400만 가구,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197만 가구에 달한다.

 이노근 의원의 요구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대신 서울 강북권의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되도록 용적률 규제도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손질해 비강남권도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하면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곳에서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당초 수직증축을 허용하면서 지역별 형평성을 따지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선 공공분양주택 공급이 4만 가구 줄어든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1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4·1 대책 후속조치로 보금자리 공공주택 공급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4만 가구 축소하고 청약시기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광명·시흥지구 등에서 주택공급 계획을 3만6000가구 줄이고, 이미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보금자리지구에선 4000가구를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할 방침이다.

주정완·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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