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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자회담 전에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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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요즘 중국에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긍정적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고 그래서 북핵 문제도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입에서 ‘긍정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구나 다음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 시작되면 한반도는 바야흐로 ‘대화의 계절’ ‘비핵화의 계절’로 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충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를 갖기 전에 중국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북핵 정책의 불합리를 정리하는 일이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부터 대 한반도 정책의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 그리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한데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원칙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이라는 두 원칙의 충돌이다. 비핵화는 북한의 핵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를 위해 대화를 택했고 이게 6자 회담이다. 그러나 북한이 어디 정상적인 국가인가. 2003년 시작된 이 회담은 2008년 북한이 회담 탈퇴를 선언할 때까지 북한에 농락만 당했다. 그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핵무기 보유까지 선언해 버렸다. 이제는 헌법에 핵보유국 명시까지 한 상태다.

 그렇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중국은 왜 북한의 핵을 막지 못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역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원칙 때문이다. 북핵을 막으려면 제재도 하고 무력도 행사해야 하는데 북한이 반발하고 도발하면 한반도 불안은 불 보듯 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미국의 개입을 부르고 이는 자국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특히 후 주석 시절에는 북핵보다 주변국 안정에 더 외교력을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북한은 이 같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모순을 꿰뚫어 보고 핵개발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 분명하다.

 결국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은 병행이 쉽지 않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비핵화 의지가 강해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대 북한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 북한 정책은 조정일 뿐 변화가 아니라는 데는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아직 중국 어디에서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원칙의 모순을 지적하고 최소한 평화와 안정의 수위에 대한 개념 정리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결국 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과거행태를 반복해도 중국의 대북 정책은 비핵화와 평화·안정 원칙 사이에서 헤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