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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서 주택수요자 실태조사부터 … 재원 마련이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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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충남도 주거복지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회 기자]

충남도 주거복지 지원조례 제정을 앞두고 18일 유병국 도의원과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이 공동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주거복지지원조례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주거안정과 질적 수준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1년 전주시가 처음으로 조례를 제정한 이후 서울특별시(2012)·광주광역시(2013)·인천광역시(2013)·성남시(2012)·대구광역시(2013) 등이 잇따라 제정해 주거복지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충남도가 조례를 제정할 경우 도 단위 광역단체로는 처음이다. 국토부 표준조사에 따르면 충남도에도 7만호에 달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자들이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 동안 중앙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주택정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방정부는 주택정책의 방관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종균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지방정부는 주택정책의 방관자였다”고 말했다. 주택정책의 중요한 역할은 중앙정부와 LH의 몫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정책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요조차 확인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소장은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주택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며 “누가 어떤 주거형태를 원하는지, 누구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실태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소장은 “한국도시연구소 조사 결과 1997년 IMF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노숙자가 급증했다”며 “이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후 고용불안 등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례 제정으로 주거복지센터가 운영된다면 주거약자를 찾아가는 상담서비스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거 안정을 위한 각종 지원은 물론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 소장은 “필요한 사람에게 재원을 나눠주는 배분 권한이라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유병국 충남도의원은 “충남도에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7만호에 이르고 영구임대주택 대기자도 1만 가구가 넘는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택보급률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저렴한 임대료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지원조례 제정’을 통해 충남도가 사회적 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이로 인해 주거빈곤가구는 삶이 질이 향상되도록 해 사회 통합의 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구임대주택의 오랜 대기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한 주거빈곤 가구에는 임대보증금 지원제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분위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차등화도 시급하다. 평균 17년 이상 된 영구임대주택의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은 LH공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례 제정에 따라 주거복지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주거 빈곤 전담 창구가 마련되고, 주택 개·보수에 주거취약계층을 참여하도록 유도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시 영구임대아파트 대기자 2000여 가구

이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 대다수는 주거복지지원조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원마련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역단체 중심으로 주거복지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주거복지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에 대한 지원 비율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천안시의원 역시 “천안시에도 영구임대아파트 대기자 수가 2000여 가구에 달한다. 10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천안시가 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충남도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최병우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은 “NGO 주도로 운영되는 주거복지센터는 재원부족 등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치단체와 협력관계는 자원연계사업을 통해 주거지원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관호 충남도 건축도시과 주택정책담당은 “충남도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28.6%로 전국 평균 52.3% 보다 낮고 서울(90.2%), 경기(72.6%)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조례 제정의 목적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유병국 도의원은 “조례 제정을 앞두고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재원마련에 대한 의견이 많았던 만큼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조례 제정이 좋은 정책의 출발점이 되고 더 낳은 정책을 만드는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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