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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은 막았는데, 남재준은 공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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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정원이 20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 5명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록 발췌본을 보여준 데는 남재준(사진) 원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국정원에 NLL 대화록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급기야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원세훈 당시 원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원세훈 당시 원장이 공개를 막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발췌본이든 원본이든 NLL 대화록을 공개하려면 국정원장이 결심을 해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 원장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오랜 참모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지만 인연과 악연이 교차했다. 주변에서 인사청탁이 쇄도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미움을 샀고, 그를 타깃으로 삼아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가 있었다는 말이 정설로 돼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선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직을 제의했고 그는 거절했다.

남 원장이 대화록 열람을 강행한 것에 대해 그와 가까운 군 관계자는 “남 원장의 성격상 시원하게 정리해 버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시스템을 대북 정보 중심으로 개편해 가는 과정에서 정치 이슈 때문에 시달리는 상황이 달갑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다른 해석도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정치권에서 격화되자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로 삼았다는 거다. 실제 민주당의 국정원 정치 개입 공세가 이어지면서 당 내 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은 “NLL 대화록만 공개하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란 말을 해왔다.

결과적으로 남 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과 다른 선택을 했다.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대선 때 원세훈 전 원장이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아 섭섭해하는 분위기가 당에 있었을 정도였다”며 “그랬던 그가 정치개입을 진두지휘한 것처럼 공격을 당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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