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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보 매년 1억 건 공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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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3.0과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창조경제가 대한민국 경제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면 정부3.0은 정부의 운영방식을 국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현 여부를 떠나 그간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박 대통령 취임 4개월을 앞두고 정부3.0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공개됐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3.0 비전 선포식’을 통해서다. 박 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해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와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등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정보를 폐쇄적·독점적으로 관리하고 투명하지 않게 결정하는 기존의 방식으론 시대의 변화에 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3.0의 핵심은 정부가 가진 정보를 국민 요구가 있기 전에 먼저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31만 건인 정보 공개 건수를 내년부터 연간 1억 건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안보나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법으로 정한 비공개 정보를 뺀 나머지 정보는 원문 전체를 내놓기로 했다.

 또 정부와 공공기관이 가진 기상·교통·교육 분야의 공공데이터를 개인과 기업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민간의 창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정부3.0은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기도 하다. 안전행정부는 이날 KAIST와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를 인용해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개방하면 15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24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현재 두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계획도 내놓았다. 민관협치(民官協治), 바꿔 말하면 온라인 직접민주주의다. 5000억원 이상의 대형 국책사업이나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온라인 공청회나 설문조사를 하고 온라인투표까지 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찬우 안행부 1차관은 “정부3.0이 기존의 정부1.0(단순 정보 제공), 정부2.0(제한된 공개와 참여)과 다른 점은 정부가 먼저 정보를 개방하고 국민의 능동적 참여를 보장하면서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창조경제를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산업화를 이룰 수 있고 정부3.0을 통해선 사회 전체의 민주화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문제는 계획대로 실현할 수 있느냐다.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고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창업을 확대하고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면 난제가 적지 않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은 “큰 방향은 맞지만 공무원들의 비밀주의 문화와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쓸모 없는 자료만 건수 맞추기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에서 정말 원하는 정보, 공무원들이 내놓기 불편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3.0을 통한 온라인 직접민주주의의 실현도 이상은 좋지만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행정학회장인 정정화(공공행정학) 강원대 교수는 “한국에선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간극이 크기 때문에 여론 수렴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쓰지 못하는 정보화 소외계층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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