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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일부 이슬람의 세계관은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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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나는 곧 예루살렘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면 총리 직에서 물러난 후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중동을 100번째 방문하는 셈이 된다. 나는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제일 먼저 목격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의 혼란을 지역적 불만, 경제적 소외, 미친 사람 탓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혼란과 분쟁에 빠져있는 수많은 이슬람권 국가들에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분쟁의 연결고리가 되거나 최소한 이를 악화시키는 무엇은 없을까.

 이슬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을 공부한 우리 같은 사람이 볼 때, 이것이 진실되고 평화로운 종교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무슬림 일반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슬람 내부에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기독교도에도 극단주의자가 있으며 유대교, 불교, 힌두교 신자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슬람 속의 문제가 있는 계파는 소수의 극단주의자만이 아니라는 점이 걱정이다. 그 핵심에는 어떤 종교적 견해,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견해가 포함돼 있다. 다원주의, 리버럴리즘, 개방 사회와 양립할 수 없는 견해 말이다. 이 스펙트럼의 극단에 테러리스트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관은 깊고 넓게 퍼져있어서 우리로서는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므로 점차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 극단적 견해를 가진 자들은 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그들에게 힘을 준다. 둘째,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무슬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무슬림은 많지만 이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다.

 중동 전체, 그리고 이를 넘어선 세계 도처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에는 이슬람주의자와 그들의 배타적이고 반동적인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소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큰 목소리를 내며 조직이 잘 돼 있다. 다른 한편에는 현대적 무슬림, 부패한 독재자의 옛 압제를 증오했으며 종교적 광신자들의 새로운 압제를 경멸하는 무슬림이 있다. 이들은 잠재적 다수파지만 조직화가 되지 않았다.

 미래에 광신주의와 테러, 심지어 대형 분쟁을 부를 수도 있는 씨는 현재 뿌려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화해와 평화의 씨가 뿌려지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의 토대가 언제나 평화로운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길고 험난한 분쟁 탓에 서방 세력은 외세의 개입을 꺼리게 됐다. 하지만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는 파탄의 국가가 애초에 존재하도록 허용한 것은 우리다. 무엇보다, 분쟁에서 발을 뺀다고 해서 우리에게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안보만으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혁명적 공산주의는 안보에 대한 결의에서 나온 저항을 받았지만 이를 종국적으로 패퇴시킨 것은 보다 나은 아이디어, 즉 자유였다. 오늘날에도 똑 같은 교훈이 적용될 수 있다. 종교가 정치에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이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하나의 재단을 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재단의 목적은 각기 다른 종교를 믿고 있는 세계 도처의 어린이들이 서로에 대해 배우고 서로와 함께 살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데 있다. 재단은 2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교육 프로그램을 작동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대양에 떨어진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고 있는 불관용의 홍수에 비하면 말이다. 이제 우리는 강해져야 하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 ⓒProject Syndicate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