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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꿈꾸는 더 나은 세상 "시민 위한 정책 우리가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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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과학기술 관련 분야 정책에 대한 발표 후 양승조(오른쪽 가운데) 국회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천안지역 청소년들이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청소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소수의 청소년들을 자문위원으로 참여 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정책을 개발해 정치권과 행정기관에 제안한 경우는 드물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정책제안추진위원회는 최근 정책제안 발표회를 갖고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회 등에 의견을 전달했다. 청소년들이 제안한 정책과 청소년정책제안추진위원회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지역 청소년 70여 명 분야별 정책 제안

6일 오후 4시 천안축구센터 세미나실에 천안지역 고등학생 70여 명이 모였다. 휴일을 맞아 친구를 만나거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학생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특별했다. 분야별 모임을 통해 각자 구상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버스정류장이나 대형음식점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어서 쓰레기가 길거리에 마구 버려지는 데다 분리수거도 되지 않아 환경적으로 낭비되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처럼 쓰레기통도 주변 가게에서 처리하도록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봇대에도 색다른 디자인의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보기에도 좋고 깨끗한 거리를 만들 수 있고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해 발표하는 학생들의 눈 빛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참석자들은 평소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정책을 제안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양승조·박완주 국회의원과 최민기 천안시의회 의장, 전종한·김영수·김영숙 시의원 등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참석해 청소년들의 제안을 경청했다.

청소년정책제안추진위원회(이하 청정제)는 이날 발표회에서 관광지 버스 노선 안내도 설치, 복지기관 봉사 프로그램 학교 홈페이지 개설, 도서관 열람실 예약 제도 운영, 과학시설 조성, 학교와 기업 간 체험활동 협약 체결, 진로진학 정보 알리미 설치, 소외계층 정기검진 추진 및 지원, 고교-대학 간 연계 프로그램 개설, 다문화 가정 멘토 멘티 운영 등 정기모임을 통해 도출한 결과물을 쏟아 냈다.

양승조 의원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외에 조손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김영숙 의원은 공공장소 쓰레기통 설치 제안을, 전종한 의원은 청소년 문화거리 조성 의견에 대해 공감하고 추진위의 제안이 실행단계까지 옮겨질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박완주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입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을 천안시와 국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한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며 “얼마 전 정부에 청소년들의 눈 높이에서 정책을 만드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이 지자체와 정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점 파악하고 설문조사 등 체계적 운영

청정제는 회원부터 임원까지 모두 청소년들로만 구성됐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모여 지자체와 국가 정책을 제안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청소년 관련 정책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공공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사무국(홍보, 미디어, 기획)과 총괄국(과학기술, 가족사랑, 보건환경, 복지문화, 교육)으로 나눠 각 분야에 해당하는 정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추진위는 이를 위해 한 달에 1차례 이상 모여 천안시에서 펼치는 다양한 시책을 알아보고 평소 고민하고 생각했던 정책에 대한 토론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31일 YMCA와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추최로 열린 청소년 참여예산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당시만해도 다양한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어요. 한 달에 2차례 주말 오전마다 각 학교에서 흩어져있던 친구들이 모여 천안시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청소년을 위한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죠. 친구들과 모여 천안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하나 둘 필요한 정책을 세워가며 설문조사를 다니는데 너무 재미 있더라구요. 지난해 여름에는 시의원이 직접 참석해 우리가 제안한 정책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보셔서 보람도 되고 용기가 나더라고요. 당시 불법광고물 부착을 금지 해달라는 정책을 제안 했는데 바로 며칠 뒤 터미널에서 불법광고물 배포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청소년들도 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정책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변 친구와 뜻을 모았고 마침내 지난해 8월 청정제를 구성했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대입을 준비하는 상황이어서 참여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더욱이 교육분야의 경우 정책제안발표 행사를 한 달을 앞두고 해당 임원을 비롯해 회원들이 대부분 탈퇴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임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더욱 낮은 자세로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자며 힘을 모았고 이후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70여 명의 학생들이 동참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최혜경 대표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고3이어서 시간투자도 쉽지 않았는데 누구 하나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참여했기 때문에 더욱 보람된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도 시민이고 다양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만 해도 큰 성과이고 타 지역에서도 단체를 설립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땐 더욱 열정적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청정제는 앞으로도 해마다 새로운 정책을 천안시와 국회에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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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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