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짓는 회사가 국내 최대 '소아암 환우 축제' 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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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호 22면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인 ‘우리동네愛프로젝트’에 참여한 이 회사 임직원들이 거제시 하청면 해안가에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도에서는 매년 8월 ‘새생명 바다축제’가 열린다. 바다와 자연을 테마로 한 축제지만 손님은 특별하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이 축제엔 백혈병과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환아와 그 가족 등 700여 명이 전국에서 모인다. 비용은 모두 대우조선해양 측 임직원들이 부담하고 있다. 축제를 여는 주체는 이 회사 봉사동아리인 '새싹의 소리회'다.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발족에도 새싹의 소리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 발족한 이 동아리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거제시민 등 1600여 명의 후원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 힘 쏟는 대우조선해양

모임이 생길 당시엔 회원수가 11명에 불과했다. 새싹의 소리회는 회원이 매달 내는 후원금을 바탕으로 매월 전국의 환아들에게 도움을 준다. 94년부터 새싹의 소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구기종(46) 차장은 “초기에는 부산ㆍ거제 지역의 환아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다가 현재는 대전 이남까지 후원금을 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직원 주도의 자생적 봉사 동아리가 봉사 현장에 나서고 회사는 동아리에 지원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는 회사가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이 회사 고재호(58) 사장이 주도했다. 이 회사 기업문화그룹 신우철 부장은 “책임을 다하는 기업시민이 되는 게 영업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임직원 모두의 생각이 합쳐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앞줄 왼쪽 둘째)이 거제시 아주동에 있는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물류팀 직원이 발 마사지 자격증 딴 이유
회사 차원에서 사회공헌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직원 개개인의 봉사활동은 기나긴 전통을 자랑한다.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백혈병ㆍ소아암 후원 모임으로 성장한 새싹의 소리회는 물론 3000여 명의 후원단을 거느린 참사랑복지회나 집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나눔기술봉사회 등 7개 봉사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동아리마다 봉사 대상은 다르다. 새싹의 소리회는 백혈병ㆍ소아암 환아 대상, 참사랑복지회는 장애인 대상 봉사를 각각 하는 식으로 역할도 나눠져 있다.

봉사를 위해 직접 업무와 상관 없는 자격증을 따는 이도 늘고 있다. 생산물류팀 원종운(54) 기감은 발 마사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2010년 퇴근 후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자격증을 땄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내 봉사동아리인 ‘나눔기술봉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발 마사지사 자격증을 딴 것은 집수리 봉사 중 틈틈이 노인들의 발을 만지며 이들의 고단함을 덜어주자는 생각에서다.

회사가 주도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우리동네愛프로젝트 ▶1社20마을 결연 ▶DSME키다리 아저씨가 그것이다. ‘우리동네愛프로젝트’를 통해 거제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마을을 찾아 집수리와 장애인 목욕 시켜 주기, 반찬 나누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이 이뤄진다. 자원봉사는 직원과 그 가족 중 희망자가 한다. 지난해 말 거제시 일운면을 시작으로 분기별로 한 번씩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신우철 부장은 “우리동네愛프로젝트가 열리면 직원과 가족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마을 한 곳에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1社20마을 결연 사업도 한창이다. 이 사업은 ‘우리동네愛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동네愛프로젝트’를 통해 인연을 맺은 마을과 자매결연을 해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임원급이 주도하는 활동도 있다. ‘DSME키다리아저씨’가 그것이다. 미국 여류 소설가인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아저씨』에서 이름을 따온 ‘DSME키다리아저씨’는 임원급 직원이 명절과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 직접 명절 복장을 하고 소년·소녀가장의 집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찾아가 필요한 물품을 챙겨준다. 지난해에는 이 회사 이철상(59) 부사장이 애광원 등 사회복지시설 10여 곳과 소년·소녀가장 가정을 직접 방문했다. 당초 고재호 사장이 직접 키다리아저씨로 참가하려 했으나 해외 계약건 등으로 급하게 출장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다음 기회를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탄탄한 실적과 봉사 노하우가 밑거름
꾸준한 봉사활동의 배경에는 탄탄한 실적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142억8000만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당초 목표액의 30%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12조5654억원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4조2000억원이다.

세계 최고의 종합엔지니어링그룹(EPCIC)으로 발전하겠다는 비전도 있다. 설계와 생산ㆍ시운전ㆍ구매 및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체제 전환도 서두른다. 고연비 선박 같은 그린십(green ship)을 꾸준히 개발해 새로운 시장 수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과 전투함 건조 기술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비전은 차곡차곡 실현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42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의 32.3%를 달성했다. 보통 선박 수주가 하반기에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수주잔량은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2011년 1분기 이후 2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는 현재 2만7000원 선.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주당 2만1100원까지 밀렸던 주가가 반등을 했다.

협력회사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협력사 임직원들에게도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DSME MBA’가 대표적이다. 2004년 26명의 1기생을 배출한 이래 현재 9기까지 진행돼 총 222명의 인재를 길러냈다. 10기생(32명)은 지난달 이 과정을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7일 “내실 경영을 강화하고 직원들과의 소통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우리 회사가 ‘대해양 시대의 주역(World Leader in Ocean Technology)’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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