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선거 때마다 야당 후보 반대 활동 지시"

중앙일보

입력 2013.06.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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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선거 때마다 야당 후보에 대한 반대 활동을 펼칠 것을 국정원 심리정보국에 주문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의 정치·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키로 방향을 잡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 전 원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수사 결과를 아는 검사라면 이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뒤 ‘종북좌파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물론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 일부를 종북좌파로 규정했다고 한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반값 등록금 심리전 문건’에 등장하는 대로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포함됐다. 원 전 원장은 종북좌파 세력들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 선거 등에서 당선되지 못하도록 인터넷 상에서 심리전 활동을 펼칠 것을 심리정보국에 지시했다. 그는 2011년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원 전 원장 취임 이후 치러진 6·2 지방선거(2010년), 10·26 재보궐선거(2011년), 19대 총선과 대선(2012년)에 이르기까지 심리정보국이 일부 야당 후보에 대한 반대 활동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원 전 원장이 심리정보국의 확대 개편을 주도했고,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을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 분석 결과 4대 강 사업이나 세종시 등에 대한 홍보 활동과 실제 대북 심리전 활동도 있었다”며 “하지만 심리정보국 구성과 지휘체계, 보고상황 등을 종합할 때 국정원이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선거개입 활동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수서경찰서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심리정보국 활동 내역을 은폐·축소하고 일부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대선 사흘 전 ‘정치개입 댓글이 없었다’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의 지시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이 같은 의견을 거듭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도 수사팀 의견대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을 것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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