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아서 축구 폭동… 1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격 대상자들 가운데는 일본인 음대 학생들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월드컵 조별 리그 경기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1-0으로 패하자 분노한 러시아 축구팬들이 크램린궁 부근에서 난동을 부려 한명이 사망하고 최소 27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모스크바 현지 경찰에 따르면 크렘린궁 근처 마네쉬 광장에서부터 시작된 이날 난동은 이후 모스크바 중심가 다른 지역에까지 퍼졌고, 이 와중에 한 사람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날 마네쉬 광장에는 3천여명의 축구팬들이 운집해 대형 야외 스크린으로 일본에서 벌어진 H조 예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한 소요 진압 과정에서 경찰 한명이 흉기에 찔렸고 두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부상자중 일부는 곧바로 병원에 호송됐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경찰은 러시아팀 패배에 격분한 축구팬들 중 상당수가 경기 내내 술을 마시고 있다가 자동차 창문을 부수고 차들을 전복시켰으며 경찰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기를 시청 중이던 일본인 음대 학생들도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수천 명에 이르는 축구팬들은 '러시아여, 전진하라'라는 구호와 기타 축구 응원가를 부르면서 도로 전역을 따라 행진했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 두마 빌딩 외곽에 있던 차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난동을 피운 이들 훌리건들은 상가 창문을 깨뜨리고 자동차 위에서 뛰어다니며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빈 맥주병을 던졌다. 또 일부는 3색 러시아 국기로 러시아 몸을 휘감기도 했다.

러시아 하원 건물인 듀마 빌딩 부근과 볼쇼이 극장 앞 광장에 위치한 자동차들에서는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다. 또한 티파니 보석상과 스바로 피자, 에코 신발점, 그리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엘리세이에브스키 식료품점 등 소요 발생지역 1마일 내에 위치한 많은 외국 상점들의 창문이 파손됐다.

외국 자동차들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되어, 최소 7대의 차량이 불에 타는 장면이 목격됐고 12대 이상의 차량은 전복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대통령궁 앞에 있던 차량뿐 아니라 KGB 후신인 러시아 안보 기구 본부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서 세워져 있던 차량의 창문 역시 파손됐다.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에 의하면 모스크바 블라드미르 프로닌 경찰청장은 난동 과정에서 사망자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난동에 시민 8천명이 개입됐다고 하면서 난동자 수가 많아 경찰이 아무도 검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세르게이 쉐브초브 모스크바 경찰청 대변인은 훌리건들 가운데 약 60명을 구금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전했다.

경찰 주력부대가 도착하는데 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한 근처에서 개최된 제 12회 차이코프스키 음악 경연 대회에 참가 중이던 일본 유학생 5명이 축구 훌리건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고 모스크바 일본 대사관에서 근무 중이던 관리가 전했다. 이 학생들 중 한명은 부상을 입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번 난동은 일본이 한 골을 넣은 상태에서 미처 경기가 끝나기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난동 발생 주변에는 경찰들이 거의 없었다. 또한 거의 한 시간이 경과될 때까지도 경찰 상당수가 도착하지 못한 상태였고 도착했을 때는 난동을 피우던 과격 축구팬 대부분이 이미 이 지역을 떠난 상태였다.

소방수들이 먼저 왔고 난동을 피우던 시민들은 소방차를 공격했다. 사진사들과 카메라 기자들 역시 습격을 당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응급차 한대가 불에 탔고 의사 한명이 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일부 축구팬들은 주동자들을 검거하려는 경찰을 도와 훌리건들을 제압하고 이들을 경찰에게 인도하기도 했다.

'스킨헤드'로 유명한 러시아의 과격 축구 팬들은 과거 모스크바에서 난동을 부린 바 있지만 이정도까지 격렬한 적은 없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세르게이 초이 유리 루츠코브 시장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일요일 폭동 사태 이후 앞으로 모스크바 시는 야외 대형 스크린 경기 관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는 월드컵 기간 중 러시아팀이 뛰는 모든 경기를 상영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이번 난동 책임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선수들(흰유니폼)이 실망스런 경기를 펼쳤다고 해설자들은 말했다.

알렉세이 볼린 내각 부총리는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동은 "러시아 팀을 응원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열렬한 스포츠팬인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소란 당시 크렘린 궁에 있지 않고 발트해 정상 회담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고 있었다.

필립 트루시에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일본이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러시아에 대해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1대 0 승리를 거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다.

미드필더 주니치 이나모토는 경기 시작 51분 만에 한 골을 넣어 요코하마 대형 국제 경기장에 나온 6만 6천명의 관중을 환희로 몰아넣었다.

이번 승리로 이번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H조 선두로 올라서며 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일본은 지금까지 두 번의 경기에서 승점 4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1점 앞서고 있다. 월요일 튀니지와 경기하는 벨기에는 승점 1점이며 튀니지는 승점이 없는 상태다.

MOSCOW, Russia (CNN) / 김내은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