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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위헌 땐 10만명 보상소송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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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양모(58)씨는 1983년 구속됐다. 한 여성과 실제 의사가 없으면서 결혼하자고 속인 뒤 성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양씨는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돼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8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27년 뒤인 2010년 양씨는 국가로부터 1200만원을 보상받았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위헌결정 후 양씨는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청구를 했다.

법원은 2010년 기준 하루 최저임금(3만2880원)에 정신적 고통 등을 감안해 하루 5만원씩 총 240일간의 구금생활에 대한 보상액으로 1200만원을 국가가 지급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가 형벌에 대한 위헌결정 시 소급적용되는 시점을 사건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추진한다. 양씨 사례처럼 과거에는 합헌이었으나 현시점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법조항에 대해 소급효 적용 시점을 따로 판단한다는 게 골자다. 헌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고 조만간 국회에 의견서를 보낼 계획”이라며 “과거에 합헌결정이 내려졌던 사건의 경우 개별 사건마다 소급효 적용 시점을 따로 판단해 판결문에 기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심사 중인 간통죄 때문이다. 헌재는 2008년까지 과거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1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5번째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간통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총 1만3388명에 달한다. 형법제정 시점(1953년)부터 현재까지 처벌 인원은 10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헌재의 위헌결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당시 기준에서나 현시점에서나 위헌적 법률로 판단하는 경우다. 위헌결정이 내려진 긴급조치 1, 2, 9호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혼인빙자간음죄처럼 과거에는 필요한 처벌 조항이었으나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위헌으로 결정된 것들이다. 헌재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2002년 1월 합헌결정 했으나 2009년 11월 위헌결정을 내렸다.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 법률이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미미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두 가지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소급효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에 형벌에 대한 위헌결정은 소급적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중앙대 이인호(헌법학) 교수는 “원래 위헌이었던 법률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위헌결정의 효력이 적용돼 형사보상을 받아야 하겠지만 과거에는 사회관념상 처벌할 필요가 있던 법률이 현시점에서 위헌결정 됐다고 50~60년 전 처벌받은 사람들까지 모두 국가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태(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합헌결정이 있었던 사건들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가장 최근 합헌결정이 있는 날까지만 적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지난달 초 발의했다. 김 의원은 “향후 간통죄뿐만 아니라 과거에 합헌결정이 있었던 사형제나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지면 막대한 국가예산이 형사보상금으로 지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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