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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인생, 실패는 필수 … 성공은 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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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버냉키

“인생의 쓴맛을 받아들이고 부모에게 잘하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1일 프린스턴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 내용이다. 19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 동안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던 버냉키는 졸업생 1300여 명 앞에서 성경의 십계명에 빗대 ‘인생의 10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축사를 했다. 우선 그는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며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실패는 인생과 배움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당신의 유니폼이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게임을 제대로 뛰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적주의라는 불완전한 틀 안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순전히 운이 따른 덕”이라며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다른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정직하게 노동하고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성실히 일한 이들은 큰 성공을 이뤘다는 다른 많은 이들보다도 더 큰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고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학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견해도 내놨다. 버냉키는 “경제학은 과거의 정책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는지 찾아내는 데는 최적의 학문이지만 미래를 예측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는 수단일 뿐이지 목표는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버냉키는 “35년 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조언하는데, 배우자를 고를 때는 외모나 성적 매력 이상을 봐야 한다” “때때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라. 누가 학비를 댔는지 잊지 말라”고도 했다.

 내년 1월 임기를 끝내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나도는 것을 의식한 듯 뼈있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학교에 내 휴직과 관련해 문의했더니 ‘유감스럽게도 자격을 갖춘 교수들이 모집인원보다 더 많이 지원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연임 여부 등을 놓고 온갖 억측이 나도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버냉키는 보도자료 하단에 ‘취재진에게-이것은 농담’이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그의 공식적 휴직기간은 2005년 만료됐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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