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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세상읽기

중국의 대북정책, 정말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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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강일구]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주 언론은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 방문에서 홀대를 받았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호전적 행태에 화를 내고 있으며 이번의 홀대는 북한을 무시하는 중국의 태도 중 가장 최근에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최가 며칠이나 기다려서야 간신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이 여러 신문의 추측이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에서도 “어느 일방이 이기적 목적을 위해 한 지역이나 심지어 세계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으며 이는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분노가 말로만 나타난 게 아니라고 본다. 이달 초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실제적 행동의 사례라는 것이다. 지난 4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자신 있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미국과 중국이 드디어 마음을 합쳤다는 인상을 부추겼다. 이 같은 진전은 베이징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이 부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학자인 덩위원(鄧聿文·중국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인)이 파이낸셜타임스 오피니언 난에 기고한 글에 집약돼 있다. 여기서 덩은 중국이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세를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 북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중국의 이 같은 변화는 긍정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북한의 나쁜 행동을 용인하는 관대한 태도가 덜해졌다는 분위기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과거 행동패턴을 감안하면 그 한반도 정책이 달라졌다고 축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정말로 달라졌는지를 알아보는 세 가지 시금석이 있다. 첫째는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를 무기한 지속하는가 여부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월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를 결의했지만 여기에는 조선무역은행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것이 제외된 것은 주로 중국 탓이었다. 북한의 핵심 기관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조선무역은행을 제재하고 있는 마당에 이것이 문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중국이 기술적으로는 제재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제재를 해제하더라도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중국이 대북 강경책을 새로이 선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제재는 6자회담의 재개 여부나 시기와 상관없이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별 의미 없는 회담이 재개되고 여기에 평양이 단지 얼굴을 내미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를 슬그머니 철회한다면 이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시금석은 중국이 단둥(丹東)과 신의주를 잇는 새 다리의 건설을 계속하느냐의 여부다. 이것은 오늘날 중국·북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로 추정된다. 3㎞ 길이의 이 다리는 국경을 넘어 신의주와의 통상 대부분을 담당하는 조중친선다리(압록강 철교)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철교는 낡아서 다 허물어져 가는 중이지만 북·중 교역의 약 70%가 이를 통하고 있다. 새 다리는 2010년 후반 착공됐으며 3억5600만 달러를 들여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다리는 양국 간 경제관계가 더욱 깊어졌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2008년 중국은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채굴해 내륙의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에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여러 건 체결했으며 그 이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커졌다. 중국은 또한 단둥 항에 광석을 하역·저장하는 새 부두의 건설을 계획 중이다. 이달 초까지 공개된 문헌에서 드러난 바로는 중국은 압록강 새 다리의 건설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이 달라졌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셋째 시금석은 다음 달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하느냐의 여부다. 지난주 최용해 총정치국장의 베이징 방문 목적 중 하나는 김정은을 초청해 달라는 것이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의미는 언론의 다른 보도에 묻혀버렸다. 언론은 중국 측 교섭담당자들이 그를 냉대한 이유를 놓고 수많은 추측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베이징은 김정은에게도 정상회담을 허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을 터이다. 최근 역사에서 중국이 한쪽의 방문만 허용하고 다른 쪽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은 예는 없다(북한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는 식량·에너지, 기타 물품 등의 경제적 선물이 항상 뒤따랐다).

 사실 2010년 중국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김정일의 방문을 허락함으로써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을 감안하면 김정일의 방중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번 최용해의 방중은 머지않은 장래에 김정은이 국가수반으로서 중국을 방문해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도록 준비하려는 것임이 거의 틀림없다.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만일의 경우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이 있어야 한다. 중국은 남북한과 같은 거리를 유지한다는 기존 정책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외교(trustpolitik)’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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