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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붉게 타오르는 비슬산 낙동강에 내려 앉은 비행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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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비슬산의 참꽃 군락지. 4월에 만개한다. [사진 대구시]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의 경계를 이루는 비슬산(해발 1084m)은 역사라는 테마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비슬’은 비파 비(琵), 슬은 거문고 슬(瑟)자다. 비슬산 꼭대기 바위 모습이 신선이 앉아 거문고를 켜는 모습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비슬산은 해마다 4월 참꽃(진달래)으로 붉게 타오른다. 산 정상 100만㎡ 참꽃 군락지는 전국 최대를 자랑한다. 참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 1월 종방된 드라마 ‘추노’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도 있다. ‘추노’의 주인공인 장혁이 사랑하는 여인을 쫓아 온 병사들과 싸우다 최후를 맞는 바로 그 장면이다. 이곳엔 대견사지(해발 1000m) 삼층석탑도 있다. 지금은 주춧돌과 석탑 1개만 남아 있는 대견사는『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이 머무른 곳이다.

 비슬산 자락엔 마비정 마을이 있다. 35가구 60여 명이 사는 이곳은 시내버스가 하루 9차례 운행되는 오지다. 그러나 산촌 풍경이 남은 돌과 흙으로 된 담장, 그 담장에 그려진 ‘설치벽화’는 사진 같은 명물이다.

 비슬산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달서구 대곡동에 있는 24만8000㎡ 크기의 대구수목원이 반긴다. 2002년 5월 문을 연 수목원은 대구의 대표적인 숲 공원이다. 연간 170만명이 찾는다. 45만그루(1700여 종) 수목원엔 비밀이 있다. 1986년부터 90년까지 쓰레기 400만t이 묻힌 곳이다. 대구시는 10년 정도 애물단지처럼 방치된 이곳에 흙을 7m가량 덮고 나무를 심었다.

 물을 테마로 한 관광은 달성군 낙동강변에 있는 강정고령보를 찾으면 된다. 가야금 모습으로 디자인된 강정고령보는 고정보(물넘이 둑, 높이 11.5m)와 가동보를 합치면 길이가 953.5m다. 4대 강 16개 보 가운데 가장 길다. 보 끝엔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있다. 거대한 비행접시처럼 생겼다. 4대강 문화관인 ‘디아크(The ARC)’다. 디아크는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설계했다. 디아크는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와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 등을 형상화했다.

대구시 달성군 강정고령보에 들어선 문화관인 디아크. [사진 대구시]

디아크는 연면적 3688㎡에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1∼2층은 다목적실·세미나실, 3층은 전시실과 전망데크에 레스토랑이 있다. 내부엔 강이 변해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 주는 상영관, 관람객이 그리팅맨(Greeting Man·인사하는 사람) 조각에 소망을 담아 작품 전시에 참여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역사 테마 관광은 달성군 가창에 있는 녹동서원과 수성구 만촌2동에 있는 모명재를 빼놓을 수 없다. 1592년 임진왜란은 대구와 중국, 일본에 특별한 인연을 만들었다. 그 인연이 남은 곳이 녹동서원과 모명재다. 녹동서원은 장군이었던 모하당 김충선(金忠善·1571∼1642)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김충선(본명 사야가)은 임진왜란 때 왜군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좌선봉장으로 참전했다가 조선에 귀화한 장수다. 그는 귀화 후 왜와 전쟁에서 8차례 공을 세워 김해 김씨 성과 충선이라는 이름을 내려받았다. 지난해 6월엔 이를 기념한 4198㎡ 크기의 부지에 한일우호관을 개관했다. 모명재(慕明齋)는 명나라 장군 두사충의 재실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제독인 이여송을 따라 조선에 온 그는 두 차례 전쟁이 끝난 뒤 귀국을 포기했다. 이후 연재(蓮齋)라는 아호를 모명(慕明)으로 고쳐 현재 중구 계산동으로 이사해 집 주변에 뽕나무를 심고 길쌈을 했다.

 조선 세조 때 단종 복위운동을 하다 숨진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 등 사육신(死六臣)의 위패가 모셔진 달성군 하빈면 묘리의 사당 ‘육신사(六臣祠)’도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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