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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선전 속 프랑스 '블루 이즈 …' 막판 대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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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칸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최고상(황금종려상)을 받은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의 압델라 티프 케시시 감독(가운데). 두 여성의 사랑을 강렬하게 그린 이번 영화의 두 주연배우 레아 세이두(왼쪽),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오른쪽)로부터 축하의 입맞춤을 받았다. [칸 AP=뉴시스]

2013 칸영화제가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튀니지 태생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이하 ‘블루…’)가 장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안았다.

 ‘블루…’는 두 10대 소녀간의 열정적 동성애를 축으로 펼쳐지는, 3시간에 달하는 성장영화다. 영화제 종반인 23일 선보이면서 칸 현지의 전문 평자들을 열광시켰는데, 그 열광은 경쟁 부문 9인 심사위원들도 강타했다.

 심사위원장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열다섯 소녀 아델 역의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와 연상의 소녀 에마 역 레아 세이두, 그리고 감독, 이 세 예술가들의 탁월함(Excellence)에 주목했다”며 시상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탁월함은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두 주연 여우들의 적나라한 레즈비언 섹스 연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못잖게 탁월한 것은 그 섹스 신들을 품고 있는 감정적·심리적 문맥이다. 그 덕에 기대 이상의 풍성한 감성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심사위원대상은 조엘·에단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받았다. “1961년 겨울을 배경으로, 밥 딜런이 되지 못한 비운의 포크 싱어 르윈 데이비스의 고민과 방황 등을 축으로 펼쳐지는 전기성 뮤직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르윈 데이비스 역 오스카 아이작의 열연이나 영화의 페이소스 짙은 유머가 나름 강한 인상을 전한 듯하다.

 대개의 수상작들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심사위원상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일본)나 각본상의 ‘죄의 손길’(지아장커, 중국) 등 두 아시아 영화의 수상도 일찌감치 점쳐졌었다.

 칸 현지 평가가 그만큼 호의적이었다. 여우주연상(베레니스 베조,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과거’)이나 남우주연상(브루스 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네브라스카’)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있었으나 매한가지였다.

 2013 칸의 이변은 감독상의 향방이다. 멕시코 아마트 에스칼란테 감독의 가족드라마 ‘엘리’는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으며 수상권에서 멀어졌었는데, 3등상 격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감독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용감한 결정”이라며 감사해했다. 가족 드라마에 가볍지 않은 방점을 찍은 올해의 경쟁작 라인업에 부합하는 선택이기도 했다.

 수상 결과에 국한해 볼 때 2013 칸은 미국 영화의 강세, 아시아 영화의 선전, 유럽 영화의 부진 및 반전으로 요약된다. ‘블루…’에 의해 반전이 이뤄지기 전까지 2013 칸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미국 영화들과 아시아 영화들이었다. 그 점에서 특정 나라, 특정 감독, 특정 영화가 승자라기 보단 모두가 승자로 귀결된 셈이다. 단편 경쟁 황금종려상(한국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과 황금카메라상(싱가포르 앤서니 첸 감독의 ‘일로일로’)에도 눈길을 주면 아시아 영화의 활약상은 가히 눈부시다.

 칸의 포용력 및 다양성 등에서도 올 칸은 주목할 만하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일련의 착한 영화뿐만 아니라, 포르노그래피적 섹스 연기(‘블루…’)나 폭력 잔혹극(‘죄의 손길’)에도 상을 선사함으로써 영화제의 외연과 내포를 확대·심화시켰다. 성·폭력 등 급박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명암을 영화제 측에서 고루 감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한국 장편영화가 없어 못내 안타까웠지만 2013 칸은 그 어느 해 못잖은 흥미진진한 영화제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전찬일(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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