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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뒷목이야 … 오늘도 쌓이는 감독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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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러다 제명에 못 살겠다 싶다. 몸 성한 감독들이 계시겠는가.”

 선동열(50) KIA 감독이 짧은 한숨을 삼켰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였고, 지금은 인기 구단 사령탑이지만 스트레스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우리나라에 9개뿐인 프로야구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군으로 손꼽힌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주 6회나 경기가 열리고, 매일 밤 승패가 갈리기 때문. 명장으로 칭송받다가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기 일쑤다.

 스트레스성 질환과 증상이 자못 심각하다. 선 감독은 “뒷목이 당기는 증상이 있다. 병원에 다니는 분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신생구단 NC를 이끄는 김경문(55) 감독의 속도 까맣게 탔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라운드에 나온 김 감독은 “4월 연패 중일 때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며 가슴을 두드렸다.

9년 만에 현역에 복귀한 김응용(72) 한화 감독은 “TV로 나를 본 사람들이 ‘안색이 나쁘다. 건강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혈압도 올랐다. 연패를 끊으면 치솟은 혈압이 쭉 내려올 것 같은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풀 곳이 없다. 선 감독은 “스트레스 풀 곳이 마땅하지 않다. 밖에서 밥을 먹으려 해도 보는 눈이 너무 많다”며 “요즘에는 근처 헬스클럽 가서 땀 흘린다. 뛰고 나면 좀 나아진다”고 말했다. 김응용 감독은 한밤중에 손전등을 들고 대전 인근의 계족산에 오른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라 산행 말고는 다른 해소 방법이 없다.

 이번 주에도 감독들의 스트레스가 쌓여만 간다.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잠실 LG전에서 탈꼴찌를 목표로 달린다. 두산은 사직에서 롯데와 맞붙고, 삼성은 문학구장에서 SK와 혈투를 벌인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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