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네르기벤데, 환경·성장 조화된 21세기 '지능 경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크레치만 의장은 “녹색 사회 건설을 위해선 전 분야 동시다발적인 에너지 효율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성식 기자]

“환경 보호와 기업 활동을 균형있게 조화시키는 지능형 경제 발전이 필요하다.”

 빈프리트 크레치만(65) 독일 연방상원(분데스라트) 의장은 세계적 환경 정당인 독일 녹색당의 공동 설립자답게 ‘21세기형 그린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그는 1980년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 등과 함께 녹색당을 창당했다.

 크레치만 의장은 녹색당 출신의 독일 첫 주총리이기도 하다. 다임러 벤츠·포르셰·카를 차이스·SAP 등 다국적 기업 본사가 있고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도 가장 부유한 바뎀뷔르템베르크 주 정부의 살림을 2년째 맡고 있다. 그는 “대기업뿐 아니라 고도의 환경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도 많다”며 “재생에너지 분야 종사자가 자동차 산업 종사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신 산업은 주 경제의 주춧돌”이라고 했다.

 크레치만 의장은 한·독 수교 130주년과 한국 광부의 독일 파견 50주년을 맞아 강창희 국회의장 초청으로 25일 방한했다. 27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면담했다. 29일까지 머물며 한·독 에너지·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26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크레치만 의장을 만났다. 그는 “독일에선 녹색(환경) 이슈가 사회·경제 분야 핵심이 됐다”며 “전 세계 공통과제인 녹색 사회 건설을 위해 교통·가전제품·통신·건축 등 전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타고 다니는 관용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당 190g에서 80g으로 줄였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에선 녹색당 주도의 탈(脫) 원전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9년 당초 원전 폐쇄 시한(2021년)을 추가로 12년 연장했다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모든 원전(17곳)을 2022년까지 가동 중단키로 했다. 독일은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혁명)’라는 에너지 혁신 정책에 따라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독일 국민의 호응도 매우 높다고 한다.

 크레치만 의장은 “재생에너지 확충은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고,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분야는 그동안 3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바뎀뷔르템베르크주에선 14만 가구가 지붕이나 지하실에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며 “에네르기벤데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녹색당이 속도 제한 없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속도 제한을 정강으로 세우고 30년 넘게 싸웠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선 아쉬워했다.

 크레치만 의장은 정계 입문 전 오랫동안 화학·물리학·윤리 교사로 교육계에 몸담았다. 그는 듀얼시스템이라 불리는 교육 제도가 독일이 유럽 위기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낮은 실업률과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직업전문학교뿐 아니라 대학에서까지도 학교 이론 수업과 산업 현장의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이 시스템이 독일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거다. 독일이 세계 최강의 중소기업 국가가 된 것도 효율적 교육 제도와 프라운호퍼·슈타인바이스 등 혁신적 연구소 덕분이라고 그는 꼽았다. 세계적 수준인 이 연구소의 성과가 신속히 중소기업에 전달돼 새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크레치만 의장은 25일 판문점을 찾았다. 그는 “독일 분단 40여 년 동안 동·서독 국경지대에서 철조망 장벽을 본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며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국도 독일처럼 평화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글=한경환 선임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