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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인성교육 바람 일으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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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수영 대표가 27일 KWNNZ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내 자녀만 잘 키우면 뭐하나요. 아이의 친구들까지 모든 아이들이 함께 잘 돼야죠.”

 뉴질랜드 ‘기러기 엄마’들의 모임인 한국여성네트워크(KWNNZ) 이수영(48) 대표의 말이다. 2009년 5명의 엄마들이 커피모임으로 시작한 KWNNZ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등으로 뉴질랜드 교육계에 인성교육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봉사활동으로 배려와 존중심 같은 덕목들을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며 “인성을 강조하는 KWNNZ의 모델이 뉴질랜드 정부 정책 입안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KWNNZ는 2012년 1월부터 오클랜드시와 기업이 함께하는 세 바퀴 봉사활동 프로그램 ‘서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클랜드시가 봉사가 필요한 기관·단체 등을 조사하고 KWNNZ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는 방식이다. 지난 1월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나무 심기’ ‘난민 돕기’ ‘해변 청소’ 등 각자에 맞는 주제를 정해 한 달간 봉사활동을 했다.

 2010년부터 KWNNZ가 실시해온 ‘안티 불링(anti-bulling)’ 캠페인은 지난해 뉴질랜드 사회개발부가 아동폭력 예방대책의 모범 사례로 제시하면서 뉴질랜드 전국 학교에 알려졌다. 1단계 교내 상담과 벌점제 등을 통한 폭력 예방과 해결, 2단계 중대한 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개입, 3단계 자녀 역할 교육과 부모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확대가 주 내용이다. 이 같은 활동으로 KWNNZ는 아시안 커뮤니티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2011년 뉴질랜드 정부의 공식 NGO가 됐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청소년 정책 입안 시 자문도 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인성을 기르자는 KWNNZ의 기본 철학은 이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2003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청각장애 아들을 데리고 뉴질랜드에 온 그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아들의 자립심이 커지길 바랐다. 아들은 유학 온 다음 해인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4년 동안 노인 가구 100여 곳에 주 2회씩 신문배달 봉사를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매월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를 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이 대표의 아들은 30분 책 읽기를 위해 일주일 내내 발음 연습을 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부단히 노력했다. 현지 대학에 입학해 영어 교사 자격증을 땄고 재능기부로 학교에서 2년간 난독증 아이들을 맡아 가르쳤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KWNNZ를 만들었다. 성인이 된 아들 재혁(20)씨는 올 초 뉴질랜드 3대 명문대학인 유니텍에 입학했다. 이 대표는 “몸의 불편을 이겨내고 아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던 것은 바른 인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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