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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 있는 상품 어떻게 알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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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카시

‘이 제품을 구매하신 분들은 이런 상품도 구매하셨습니다.’ 최근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문구다. 로그인을 하거나 내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내가 살 법한 제품’을 추천해준다. 알르베르트는 현재 일본 내 300여 개 사이트에 적용된 ‘추천 검색’을 처음 만들어낸 일본의 정보기술(IT) 벤처다. 일본에서 이 분야 점유율 1위 업체고, 국내에서도 롯데닷컴과 위즈위드가 이 회사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다카시 우에무라(34) 사장을 10일 만났다. 그는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벤처의 약점을 역발상으로 활용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인터넷 쇼핑업체는 대개 고객의 나이·성별·거주지·구매 기록 같은 정보에 기반한 빅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그래서 개인 정보를 엿보는 ‘빅 브러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알르베르트는 개인 정보 대신 ‘이 상품을 산 이가 구매한 제품’의 상품 정보만 본다. 우에무라 사장은 “어떤 제품을 추천하려면 고객 정보가 필요한데, 갓 창업한 벤처에 데이터를 주는 회사가 아무도 없었다”며 “궁여지책으로 개인 정보가 필요 없는 ‘추천 검색’ 쪽으로 접근 방식을 바꿨는데 오히려 시장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들이 벤처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선뜻 구매하지 않는 것도 장벽이었다. 이는 “초기 비용 없이, 추천 검색을 통해 발생한 매출의 2%만 수수료로 받는다”는 계약 조건으로 해결했다. 현재 알르베르트의 추천 검색은 쇼핑·은행·금융·구직·정부 사이트에 고루 활용되고 있다.

 “옆의 분은 아버지세요?” 우에무라 사장이 공동창업자와 고객을 만날 때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의 공동창업자는 20살 연상의 대학 교수다.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우에무라 사장은 26세 때인 2005년에 창업했다. 그는 20세 때 1년간 미국에 유학하며 그곳 학생들이 인턴 일로 경력을 쌓는 것을 봤다. 일본에 돌아와서는 무작정 ‘인턴 고용하는 회사’를 검색했다. 나온 곳은 단 한 곳. 사장을 포함해 전 직원 5명인 작은 데이터 분석 벤처였다. 그는 2년간 정직원과 다름없이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빅 데이터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이 분야의 창업을 결심했다.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2년간 근무한 뒤 퇴사해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전에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의 사장이 “나도 이런 사업을 생각했다”고 해 의기투합했다. 예전의 대학생 인턴과 회사 사장님이 동업자가 된 것이다. 우에무라 사장은 “세대와 성향이 다른 둘이 만나니 사업 폭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회사는 매년 170%씩 성장해 현재 직원 50명, 연 매출 80억원대를 바라본다. 우에무라 사장도 창업 전에는 ‘좋은 대학 나왔으니 대기업에 가야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도 창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IT 벤처를 설립해 성공한 사업가들이 에인절 투자가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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