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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받은 북 특사단, 숙소서 종일 중국 통보만 기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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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이번 중국 방문 동안 전에 없던 푸대접을 받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지닌 특사였음에도 중국의 의전은 역대 어떤 고위급 방문 때보다 차가웠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24일 오후 4시(현지시간)를 넘겨 성사된 시 주석과의 면담시간도 당일 오후에야 북한 특사단에 통보됐을 정도로 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베이징(北京)의 대북 소식통이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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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부터 3일 동안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 주석과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 부주석,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등 4명만을 면담한 것도 전례 없는 냉대다. 외부 일정도 23일 베이징(北京) 과학기술개발특구를 2시간여 동안 참관하는 데 그쳤다. 한 외교소식통은 27일 “너무 일정이 없어 20여 명에 가까운 특사단이 종일 숙소인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중국 측 통보만 기다리는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경우 동북지역 경제개발구 참관과 함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앙 및 지방정부 주요 인사 20여 명을 면담하고 중국의 나진·선봉과 황금평 경제특구 투자 합의를 이끌어냈었다.

 최 특사는 김정은이 오는 9월 이전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도 요청했으나 중국 측은 양국 정상 교류에 대해 어떤 확답도 주지 않았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달한 김정은 친서에는 ‘시 주석이 적당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최 특사는 친서를 전달한 뒤 김정은 제1위원장이 9월 이전에 중국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는 말을 시 주석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30일 리젠궈(李建國)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면담한 자리에서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시 주석은 김정은이 적당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주길 희망했으며 이번 최 특사의 발언은 당시 (시 주석) 초청을 받아들여 중국 방문을 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시 리 위원은 중국의 제18차 당대회 결과를 알리고 양국 협력 강화와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등으로 양국관계는 고위급 교류가 전면 중단되고 급격히 냉각됐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도 27일 최 특사가 김정은의 방중 희망 의사를 전했으나 시 주석은 “알았다”는 대답만 했을 뿐 긍정적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과의 면담이 끝난 후에도 중국 외교부 측은 김정은의 방문과 관련해 최 특사에게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 전제조건인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이 많다. 홍콩의 정치·군사평론가인 마딩성(馬鼎盛)은 “최 특사의 이번 방중 목적은 ▶북한군이 행한 일련의 군사행위에 대한 해명 ▶대화 복귀를 통한 고립 돌파구 마련 ▶김정은 방중 등 세 가지”라고 규정하고 “이 중 가장 중요한 김정은 방중에 대한 중국 측의 확답을 받지 못해 이번 특사 방중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 특사 방중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 제재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온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보리 결의 2094호(3월 7일)를 실행하는 차원에서 ▶중국 시중은행의 대북 송금 규제 ▶대북 통관 강화 ▶국경 출입절차 강화 형식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두핑(杜平)은 “북한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중국에 특사를 보낸 만큼 중국은 대북 압박을 어느 정도 풀면서 북한의 체면은 살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또 약속을 어기고 시간 벌기 전술을 쓴다고 생각하면 전례 없는 강경책을 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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