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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룰' 확정 … 갑을 논란에 외국 외식업체만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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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앞으로 대기업 계열과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수도권·광역시에서 역세권 100m 이내에서만 신규 출점이 가능해졌다. 다만 그 외의 지역은 역세권 반경 200m 이내에서 출점이 허용됐다. 또 이동급식용식사 분야에선 대기업들이 사업을 줄여줄 것을, 자동차전문수리업 분야(카센터) 역시 대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확장·진입을 자제할 것을 권고키로 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27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제23차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음식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권고안 세부기준안을 확정했다.

 동반위는 역세권에 대해 기차역, 지하철역, 고속버스터미널, 공항, 여객터미널 등의 교통시설 주변 지역이라고 정의했다. 영화관과 식당 등 다양한 형태의 상점이 입주해 있는 복합몰의 경우 대기업은 연면적 2만㎡ 이상, 중견기업은 1만㎡ 인 곳에서만 신규 매장을 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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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이동급식도 중소기업 적합 업종

 “역세권 25m 이내에서만 출점하게 해라”(자영업). “역세권 500m 이내에서는 출점할 수 있어야 한다”(대기업). 지난 2월 외식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이해 당사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 렸다.

 핵심 쟁점은 역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외식업계가 신규 점포를 낼 수 있는 역세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였다. 당연히 대기업·프랜차이즈 업체는 가급적 역세권 범위를 넓게 잡기를 희망한 반면,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자영업계 측은 이들의 진출 반경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구하며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였다.

대기업 “역세권 임대료 폭등 부작용”

이에 따라 최근 3개월간 관련 업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14차례나 회의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각각 양보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당초 제시된 자영업계의 역세권 25m안과 대기업·프랜차이즈 업계의 500m안은 각각 ‘200m’(외식대기업)와 ‘100m’(자영업)까지 간극이 좁혀졌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말 동반위가 팔을 걷어붙여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의 역세권 반경 150m 이내 출점 허용’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대기업 외식업계 관계자는 “5월 중순 이후 분위기가 급속도로 반전되기 시작했다”며 “남양유업 사태와 편의점 등 잇따른 ‘갑을 논란’에 동반위가 욕먹더라도 강하게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외식전문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간이 과세자(연 매출액 4800만원 이하)와 도보로 150m 떨어지면 출점할 수 있게 한 예외 규정은 22일 실무위원회에서는 삭제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본회의에서 살아났다. 프랜차이즈협회 임영태 사무국장은 “간이 과세자 조항이 살아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관련 대기업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동반위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의 한 관계자는 “역세권 100m 이내에만 매장을 허용하면 해당 지역의 임대료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번 결정이 소비자 부담만 키우고 일반 자영업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 외식업 진출을 노렸던 대기업들은 동반위의 이번 결정으로 해외 진출의 길이 막힌 셈이라고 울상이다.

통상 문제 우려로 해외 업체는 제외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는 모판, 해외가 논이었는데(국내에서 시도하고 성공하면 해외에 이식한다는 의미) 모판이 없어져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반위는 이날 대기업의 신규 외식업 브랜드 진출은 허용했다. 하지만 기존 음식점업 기업 간의 인수합병(M&A)만 허용해 국내 대기업의 외식업 신규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통상 문제를 우려한 탓인지 동반위는 해외 외식기업의 국내 직진출에 대해선 별다른 규제안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허점을 파고들고 일본 회전초밥 체인점인 스시로·이자카야 와타미 등은 거침없이 국내에 출점 수를 늘리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계 글로벌 야키니쿠 전문점 ‘큐가쿠’와 또다른 야키니쿠 전문점 ‘규시게’, 그리고 오코노미야키 ‘뎃벤’ 등의 브랜드가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업 손발이 묶인 사이 해외 업체들만 신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김창규·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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