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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대출이자 연 3~4%대로 확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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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르면 7월부터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이자는 낮아지고 대출 한도는 늘어난다.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법을 고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 5~6%대인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수준(연 3~4%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다봤다.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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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의 골자는 주택이나 상가의 임대보증금에도 담보를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은 전세자금을 빌려줄 때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별도로 요구한다. 물론 보증서는 공짜가 아니다. 은행에 내는 대출 이자 외에 고객의 신용에 따라 연 0.1~0.6%의 보증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보증료를 낸다고 아무에게나 보증서를 주지도 않는다. 고객의 신용이 너무 낮다고 판단되면 보증기관이 보증서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법을 고치면 은행이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이란 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주택 세입자는 물론 상가 세입자도 현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일 해당 주택이나 상가가 법원 경매로 넘어간다면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우선적으로 대출금을 돌려받는다. 은행이 다수의 전세보증금 담보권을 모아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할 수도 있다. 신상품의 구체적인 대출 조건은 금융감독원에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육창화 국민은행 여신상품부 팀장은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잡을 수 있으면 은행 입장에선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줄어드는 만큼 대출 금리를 내릴 수 있게 된다”며 “담보가 있으면 보증서가 필요 없기 때문에 고객의 보증료 부담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9년 4조6757억원이었던 전세자금 보증은 지난해 10조8679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4월까지 보증 규모는 약 4조원이다. 기존 전세대출에서 10조원이 담보대출로 전환되고 대출 금리가 평균 1.5%포인트 낮아진다면 세입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1500억원이 줄어든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고객이 은행에서 전세대출로 빌릴 수 있는 돈도 많아진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전세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최대 1억5000만원, 서울보증보험은 최대 2억원까지 전세대출 보증서를 발급해 준다. 고객이 다른 명목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이 있거나 신용도가 낮은 경우엔 전세자금의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은 보증 한도에 상관없이 담보 가치만 따지게 된다. 육 팀장은 “담보 가치가 충분하다면 2억원 이상의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읍·면·동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만 한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통해 후순위 채권자에 대해 ‘대항력’을 가져야 은행이 담보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뒤 다음 달 3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다음 달 중 국회를 통과하면 7월부터 시행된다.

세종=주정완 기자

◆확정일자= 세입자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하면서 전·월세 계약서에 대해 확인을 받는 날짜. 이날을 기준으로 세입자는 우선적으로 임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우선변제권)가 생긴다. 만일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는 확정일자 이후 근저당을 설정한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금을 받는다. 확정일자가 없으면 다른 채권자의 빚을 모두 갚은 다음에 남은 돈이 있어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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