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가배상법의 위헌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4월3일자로 새 국가배상법이 시행된 이래 이 법의 위헌성을 둘러싸고 학계와 법조계에서 많은 논란이 거듭되어 왔다. 또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서울 민사지법에서 위헌 판결과 합헌 판결이 엇갈려 헌법해석의 통일성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새 국가배상법은 구배상법과 배상 절차에 관한 대통령령을 정리한 것인바, 신법에서 위헌 시비가 있는 조항은 주로 다음과 같다. 즉 ①군인·군측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한2조1항 단서 ②신체와 생명에 대한 배상액 등을 제한하고 있는 3조 ③배상심의회의 결정 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9조 ④배상심의회의 결정에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 16조 ⑤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로 한정하고 있는 1조 등이 그것이다.
지난 5월30일 서울민사지법 합의14부는『군인 또는 군속이… 공무중 사망한 뒤 재해 보상금이나 또는 유족 일시금, 유족 연금 등을 지급 받았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의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신배상법 제2조1항 단서는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26조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규정이라 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 규정은 군인 또는 군속에 대한 이중배상을 금지케 하기 위한 입법 취지이나 이는 대법원의 판례를 정식으로 부인하는 입법으로서 애초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서울민사지법의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구례의 판례를 답습한 것으로 신법이 유독 군인·군속의 손해 배상청구권만을 제한한 것을 명백히 평등의 원칙에 위배한 것이라고 본 타당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또 지난 3월7일에는 동법 제3조의 위헌성 여부에 관한 엇갈린 판결이 나와 세인을 어리둥절케 한 일이 있음을 상기할 것이다. 즉 앞서 민사지법 제12부는 국가에 의해 피해를 받은 피해자의 신체장애의 등급과 종류·성별·연령별에 따라 배상액 및 위자료액의 상한을 규정한 것은 국민의 재산권과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한 위헌 법률이라고 판시하였던 것인데, 이에 반하여 민사지법8부는 이날 제3조는 배상심의회가 배상금을 심의할 때 그 지급 산출 기준을 선정해 준기준 규정에 불과하다 하여 법원의 손해 배상 심판권을 제한한 것이 아니므로 동법이 위헌 법률은 아니다고 판시했던 것이다.
법무부는 동법 제3조의 기준인 상한 규정이 기준 규정이 아니라고 회답했으나 이로써도 법률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법 제3조는 재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은 제한하지 아니하고, 신체와 생명에 대한 배상액만을 제한한 점에서 헌법 제8조 및 제26조에 위반임을 면치 못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동법 제9조의 결정전치주의에 대해서도 67년12월26일 나석호 판사는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그 중에도 특히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민사지법합의부는 결정전치주의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대되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었다. 법사회학적인 견지에서는 배상결정전치주의도 타당성이 있으나 헌법론상으로 보아서는 국민의 신속한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히 위헌 규정이라고 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 외에도 서울민사지법은 지난 2월16일의 11부 판결과 3월22일의 15부 판결에서 대법을 적용하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인바 있다.
원래 새 국가배상법은 국가의 배상액을 줄이고, 일선 지방에서 횡행하는 악덕 변호사「브로커」의 도량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인 만큼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긍이 되나 어떤 이유에서든 피해를 입은 국민의 손해배상청구권과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회는 하루 빨리 국가 배상법을 개정하여 국민의 권리를 철저히 보장해주어야만 할 것이다. 또 국민을 일부 악덕 변호사「브로커」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비용을 법정함으로써 패소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게 하는 독일식 변호사 비용법과 민사소송 비용법의 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울러 첨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