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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일요일 아침을 착잡하게 한 ‘반쪽 5·18 기념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4호 30면

건국 이후 6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처럼 다양하면서 역동적인 삶을 살아온 민족이 한민족 말고 지구상에 또 있을까. 우리 민족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등 이념 대립, 한국전쟁 같은 민족 최대 수난을 겪었는가 하면 1970~80년대 산업화와 90년대 민주화를 거쳐 2000년대에는 세계 15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등 숨가쁜 세월을 보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풍요로움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5월 19일자 중앙SUNDAY 1면에 실린 ‘반쪽 행사’ 된 5·18 기념식 보도를 보며 이런저런 상념이 교차했다. 아마 나처럼 일요일의 여유를 즐기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된다. 국립 5·18 묘지에서 행방불명자들의 묘역을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파노라마 같은 우리의 60년사를 함축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우리 사회에 고착된 보수와 진보 갈등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에 따르면 한국은 갈등지수가 0.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44보다 1.5배 높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이 연간 300조원이나 소요된다고 했다. 남북 갈등 외에도 보수와 진보, 세대와 계층, 노사와 종교, 지역 등 다방면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갈등과 반목으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소진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간에 보고 장벽 허물어라’는 시의적절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중심의 기강 바로잡기나 행정관의 소통에 관한 내용도 중요하고 옳은 지적이었다. 하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던 건 ‘보고 장벽’을 허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주체인 대통령에 대해선 별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기사를 읽으며 세종대왕이 떠올랐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성군으로 추앙받는 임금이다. 국방이 튼튼했고 국민이 행복했던 태평성대를 이뤘던 비결은 ‘소통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32년의 재위 기간 중 경연(經筵) 횟수가 무려 1898회였다는 게 좋은 예다. 박 대통령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의 어렵고 힘든 곳을 두루 살펴주길 바란다.

 흥미로웠던 또 다른 기사는 스웨덴 복지모델 권위자 스벤 호트 서울대 교수 인터뷰였다. 복지비용이 높은 국가일수록 국가경쟁력이 높다는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형 국가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복지 구현을 위한 재원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이뤄나가는 지혜를 갖춰나가는 게 필요하다. 정치인과 기업인·국민에게 두루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 기사였다.



한광문 한양대 겸임교수, 예비역 육군소장.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기조실장으로서 활동하면서 국가위기관리의 법적·제도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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