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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것도 투자” …파킹형 금융상품 인기몰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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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호 20면

여유자금이 있다면 어디에 ‘주차’해둬야 할까. 어설피 투자하면 원금만 까먹기 일쑤인 상황이다 보니, ‘목표수익률 0% 시대’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에는 임시로 목돈을 파킹(parking)해 두고 투자기회를 찾아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를 잠시 주차해두는 것과 같이 본격적인 투자대상을 결정하기 이전에 잠시 안전한 대상에 투자자산을 예치해 두는 것을 ‘파킹투자’라고 말한다. 5억원가량의 여윳돈을 굴리는 김현식(53)씨도 고민이 많다. 3억원은 주식에, 2억원은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뒀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주가지수가 1900선에서 횡보해 거래수수료를 빼면 주식거래로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은행 예금금리도 낮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물가상승률만큼은 수익을 내야 자산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것 아니냐”며 “최소 연 4~5% 수익을 올려야 본전인데, 이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이 없나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 시중 자금 어디로

연 0.1% 이자 차이에도 돈 움직여
최근 시중은행 예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연 2%대 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금리는 거의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2월엔 4조2000억원, 3월엔 1조7000억원이 각각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조2000억원 줄어들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대표적 단기용 상품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머니마켓펀드(MMF) 간 희비도 엇갈린다. MMDA보다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린 MMF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에는 최근 4129억원이 들어와 총 설정액은 74조9343억원, 순자산은 75조8903억원이 됐다. 반면 우리ㆍ신한ㆍKB국민ㆍ하나 등 4대 은행의 MMDA 잔액은 지난 3월 말 42조7000억원을 기록해 올 들어서만 4조원 가까이 줄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왼쪽 셋째)과 직원들이 ‘파킹형’ 재테크 상품인 콩나물통장을 홍보하고 있다. 콩나물통장은 출시 2주 만에 2000억원의 수신액을 기록했다. [사진 한국씨티은행]

그래선지 은행마다 파킹상품 출시에 열을 올린다. 예금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붙잡아야 하는 데다,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져서다. 대표 상품으로는 한국씨티은행에서 출시한 ‘콩나물통장’을 꼽을 수 있다. 상품명인 콩나물은 ‘금리가 쑥쑥 자란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입금 건별로 예치기간 9주 동안 매주 0.45%씩 금리가 오른 뒤 약 3개월간 연 3.6%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콩나물통장은 이달 3일에 출시돼 출시 2주 만에 총 예금 수신액 2000억원 달성(계좌수 8000좌)을 기록하는 인기 상품이 됐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두드림 투유(2U)통장’ 역시 단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적합한 상품이다. 예치기간에 따라 입금 후 최초 30일까지는 연 0.01%, 30일부터 180일까지는 최고 3.35%의 세전금리를 준다. 정기적금도 빠르게 인기를 회복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3월 말 기준)은 33조8091억원으로 1970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기적금은 올 들어서만 1조6411억원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7년 말에는 잔액이 13조1796억원까지 줄었었다. 지난해 잔액이 7조5364억원 늘어난 이래 증가세를 지속하는 것이다. 정기적금의 인기 요인은 역시 높은 이자다. 지난달 말 기준 정기적금 신규 취급액 금리는 연 3.39%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연 2.85%대에 그쳤다. 정기적금의 이자율이 더 좋다 보니 5억원 이상을 은행에 예치한 자산가들도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통예금 계좌에 있던 돈을 정기적금으로 매달 수백만원씩 이체하는 식이다.

돈 몰리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우리투자증권의 은퇴자산관리상품인 ‘100세 시대 플러스인컴 랩’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잔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원이지만 투자자가 몰리면서 조기에 품절됐다. 이 상품은 채권과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 투자한다.

투자자산의 70%는 고수익 채권형 펀드에, 나머지 30%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ETF에 투자해 수익성과 안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는 평을 받은 상품이다. 현재 연 환산 수익률은 14.6%에 달한다. 지금은 효율적인 자금운용을 이유로 신규가입은 받지 않는 상황이다. 이 회사 WM사업부 정주섭 대표는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1000억원이 몰릴 정도로 고객 반응이 좋았다는 점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얹어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최근 인기를 되찾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들이 대기성 상품인 CMA로 몰리는 탓이다.

CMA 잔액은 42조6929억원(22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1665억원(22일 기준)가량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조국현 과장은 “언제든 자금을 찾을 수 있는 환금성 덕분에 고객들 사이에서 CMA의 인기가 꾸준한 편”이라며 “CMA 자금이 늘고 있는 배경엔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전환되면 언제든 다시 투자에 나서겠다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소개했다.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CMA만큼 발 빠른 자금운용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베트남ㆍ인도 등 신흥국 국채는 출시되는 대로 완판을 기록 중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도 인기가 좋다. 22일 기준 채권형 펀드에 몰린 돈은 55조8800여억원(사모·공모시장 합계)으로 지난달 말보다 9787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주식형 펀드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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