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인구 1000만 시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자출족’이란 단어까지 생겨났다. 자출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전거를 탈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자전거는 반드시 쫄쫄이의상만 입고 타야 하는 걸까? 좀 더 멋진 바이크룩을 연출할 순 없을까?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근무하는 김진홍(32)씨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른바 자출족이다. 인천 계양역에서 회사가 있는 서울 용산역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김씨는 직장생활 중 운동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워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하려고 지난해 6월 자전거 출퇴근(이하 자출)을 시작했다. 운동도 하고 자동차 유지비도 안들어가니 장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자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의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거의 매일 바이크웨어, 이른바 쫄쫄이 옷을 입고 출퇴근을 하려니 스케줄에 제약이 많았다. 여벌의 와이셔츠·재킷과 구두는 자전거로 출근하지 않는 날 미리 회사에 갖다 놓곤 하기 때문에 출근 복장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문제. 쫄쫄이 옷을 말려서 다시 입을 수 있었지만 퇴근 후 약속이 있거나 회식이 있는 날도 많기 때문에 쫄쫄이 옷을 입고 가는 게 민망했다. 때문에 김씨는 자전거를 탈때도 편하고 스타일도 살릴 수 있는 바이크룩을 찾게 되었다. 김씨가 자주 입는 아이템은 L브랜드의 카고바지와 바람막이 점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디자인한 자출족 맞춤형 의류다. 가방 역시 자전거 탈 때 유용한 B브랜드의 바이크용 백팩을 주로 맨다.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방해되지 않으면서 스타일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 아이템. 퇴근 이후까지 쫄쫄이 패션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김씨에게 백팩은 필수품이 되었다.
키메라스튜디오에 근무하는 심규보(31)씨도 자출족이다. 집은 서울 화양동에, 회사는 논현동에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30분 정도 걸리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면 10분 만에 회사에 도착한다.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의 특성상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는 심씨는 평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편이다. 대신 꼭 챙기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패드팬츠. 자전거를 탈 때 엉덩이에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는 짧은 팬츠로, 사각팬티에 패드가 붙어 있는 형태다. 청바지를 좋아하는 심씨는 팬티 대신 패드팬츠를 입고 청바지와 편안한 면티셔츠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날이 많다.
또 한가지 꼭 챙기는 아이템은 라이딩용 숏캡이다. 라이딩용 숏캡은 챙을 위로 들어올려 쓰는 스타일로, 이른바 ‘쪽모자’로 불린다. 최근 SBS‘런닝맨’에서 송지효·하하 등이 쓰고 나와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일이다. 쪽모자는 원래 바이크족이 즐겨 쓰는 아이템이다. 머리에 밀착시켜 헬멧 안에 쓰는 모자로 얼굴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쪽모자가 활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헤어 스타일 때문. 심씨는 “헝클어진 머리를 감출 수 있는 동시에 스타일도 연출할 수 있어 쪽모자를 자주 쓴다”며 “쫄쫄이 의상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하면 자전거를 탈 때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님 팬츠와 백팩, 컬러풀한 헬멧으로 ‘자출족룩’ 완성
‘자출족’이 늘어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출퇴근 패션이다. 보수적이기만 하던 정장에서 벗어나 자전거를 타면서도 세련되고 실용성을 강조한 댄디룩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이런 흐름에 따라 패션 브랜드들도 자출족을 겨냥한 아이템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브루노말리는 자출족을 위해 세련미와 기능성을 앞세운 남성라인 ‘비아 볼로냐’를 출시했다.
자전거용 라이딩백, 활동성이 보장된 치노 팬츠 등 단정한 비즈니스룩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도 인기를 끌며 판매되고 있다. 패션 브랜드 프레드 페리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영국 사이클 선수 ‘브래들리 위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출시했다. 사이클링 피케 셔츠와 빈티지 트랙 재킷 등은 자출족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해 이미 자출족을 위한 ‘커뮤터’라인을 출시한 바 있는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는 얼마 전 더욱 다양한 아이템이 추가된 새로운 커뮤터 라인을 선보였다. 스트레치 원단으로 만들어진 슬림핏 데님팬츠는 자출족 사이에서 “예상보다 더 편안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헬멧 역시 틀에 박힌 스타일이 싫다면 스포츠헬멧 브랜드 ‘넛케이스’의 헬멧을 추천한다. 종전 단조로운 헬멧 디자인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디자인을 제공함으로써 매니어층을 형성하고 있다.
회사원 김진홍씨 제안 자출할 때 알아두면 편리한 Tip
1 여벌의 재킷·와이셔츠와 구두는 회사에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자전거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가방 부피를 최소화하라. 지갑·휴대전화·수건·속옷·와이셔츠 등 가방에 넣어야 할 것이 은근히 많다. 필요한 것만 챙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3 와이셔츠는 구김 방지를 위해 종이를 이용해 가방에 수납한다. 와이셔츠를 살 때 덧대어 있는 구김 방지용 종이를 버리지 말고 계속 사용하면 편리하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김진원 기자
촬영협조=바이클로, 리바이스, 브루노말리, 코치, 프레드페리, 마일로캔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