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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헌데' '허나'라는 말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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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벌써 4월이잖아. ‘헌데’ 왜 이렇게 춥지?” 전국적으로 꽃샘추위가 매서웠던 지난달, 사람들은 쉬이 오지 않는 봄을 아쉬워했다. 5월이 되자 또 다른 불만이 쏟아진다. “이제 겨우 5월이잖아. ‘한데’ 왜 이렇데 덥지?” 겨울과 여름 사이 꽃놀이를 즐기던 봄이 실종된 지 오래다.

 화제를 앞의 내용과 관련시키면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때나 앞의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을 이끌 때 쓰는 접속부사 ‘그런데’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헌데’를 사용해야 할까, ‘한데’를 사용해야 할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네요. 헌데 몸도 마음도 왜 이렇게 축축 처지죠?”와 같이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모두 ‘한데’로 바루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허다’는 ‘하다’의 잘못으로 올라 있다. ‘하다’에서 활용한 ‘한데’가 올바른 표현이다.

 ‘허다’에서 활용한 ‘허나’도 마찬가지다.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상반될 때 쓰는 접속부사 ‘그러나’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흔히 ‘허나’를 사용한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허나 이맘때 찾아오는 황사로 바깥 활동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와 같이 써서는 안 된다. ‘하다’에서 활용한 ‘하나’로 고쳐야 맞다.

 이런 이유로 앞의 내용이 뒤의 내용의 조건이 될 때 쓰는 접속부사 ‘그러면’, 앞의 내용이 뒤의 내용의 원인이거나 앞의 내용이 발전해 뒤의 내용이 전개될 때 쓰는 접속부사 ‘그리하여’, 앞의 내용이 뒤의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조건 따위가 될 때 쓰는 접속부사 ‘그래서’ ‘그러니’ 등 역시 각각 ‘하면’ ‘하여’ ‘해서’ ‘하니’로 사용해야 한다.

 “이 돌담길을 따라 쭉 올라가시오. 하면 금세 당신이 말한 매실농장에 당도할 겁니다” “조금 더 빠른 만큼 더 위험한 것도 사실. 하여 ‘진짜 고수는 더 빨리 잘 타는 게 아니라 사고 없이 오래 타는 것’이 정설이다” “그 새는 오랫동안 날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서 날개가 퇴화하게 됐다” “오늘은 봄맞이 청소를 하느라 무척 바쁘단다. 하니 너 혼자 할머니댁에 다녀오면 어떻겠니?”와 같이 쓰인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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