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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와 잡스의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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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강태
BC카드 대표이사

전 세계에 ‘강남스타일’ 열풍을 불러일으킨 가수 싸이, 초고속 바이오 플랫폼을 개발한 권성훈 서울대 조교수, 통영국제음악제를 성공적으로 기획한 김승근 서울대 교수. 며칠 전 사회·과학·문화 분야에서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한 주인공들이다. 창조적 삶을 실천하고, 창의적 업적을 이루었다는 공로로 큰 상을 받은 이들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감히 단언하건대 바로 탄탄한 기본과 창의가 이들 성공의 밑거름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면서 ‘창의’가 사회적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창의라는 것이 누구나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창의적인 결과물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글로벌 스타 싸이는 공익요원 근무 당시 근무태만과 연예계 활동이 화근이 돼 한때 ‘문제아’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인류에 네 번째 사과를 선물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실패를 겪었다. 싸이는 한 토크쇼에 나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로 군대에 입영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영원히 재기할 수 없을 거라 했다. 하지만 나는 음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말춤은 내 생각을 듣고 안무가가 만들어준 거다. 내 옆에는 나를 도와주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거다.”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회사에서의 퇴출이라는 실패 후에도 꾸준히 자신의 일에 충실했고, 평생을 노력해 지금의 애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애플에는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직원이 있다.

 이들처럼 창의는 실패 위에서 싹트고, 실패를 먹고 자란다. 그리고 창의가 허황된 공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창의를 구현할 수 있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실행력은 기본을 갖춰야만 나올 수 있는 능력이고, 기본이 없다면 결코 창의는 구현될 수 없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게 더 있다. ‘혼자서 꿈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창의적인 생각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본을 지키는 다수가 그 생각을 뒷받침해 주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 문화가 번영할 수 있었던 기반을 보자. 바로 국민 90%의 노동력과 생산성이었다. 바르셀로나 관광산업의 중심에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있다. 그러나 그의 건축물에 직접 숨을 불어넣은 것은 수 년간 직접 벽돌을 쌓아올린 수만 명의 노동자다. 창의적인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그 수만 명의 실행력이 기본이 되어 한 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이 탄생한 것이다.

 창조경제가 창의를 통한 고용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창의 ‘바라기’가 아니다. 창의적인 소수와 기본이 탄탄한 다수의 조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젠 이런 조화가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을 생각해 봐야 한다.

 창조경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창의적인 사람은 많았다. 그럼에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던 이유는 창의를 구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패로 낙오자가 되는 사회라면 창조 경제 역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실패에 대한 사회적인 포용과 패자부활의 기회가 제공되는 프로세스, 사회적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싸이, 스티브 잡스, 가우디가 탄생할 수 있고 더 많은 애플, 구글, 카카오톡, NHN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앨빈 토플러의 제3 물결을 지나 제4 물결인 창조사회로 전환하는 시대다. 창조사회에서 창조경제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소수의 창의, 다수의 기본,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라는 3박자가 선순환돼야 한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깊고 탄탄한 기본이 있어야 함을 명심하자.

이 강 태 BC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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