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맡긴 아기 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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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건강하던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어린이집에 맡겨진 지 2시간여 만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창원시 내서면에 사는 지모씨는 지난달 9일 오전 10시20분쯤 생후 6개월 된 아들 김모군을 평소처럼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병원에서 정기 영·유아 검진을 한 뒤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고 어린이집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2시간쯤 뒤 아파트 폐쇄회로TV(CCTV)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김군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탄 뒤 앞뒤로 마구 흔드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김군이 목을 가누지 못해 이리저리 꺾이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이상 증세를 발견한 교사가 3층에 있는 김군 집에 데려가던 장면이었다. 교사는 때마침 어머니 지씨가 집을 비워 어린이집으로 되돌아갔다.

 20여 분 뒤 어린이집은 119구급대에 신고해 김군을 병원으로 옮겼다. 어린이집 교사는 “김군이 혼자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반쯤 눈을 뜬 상태에서 숨소리가 들리지 않고 깨어나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119대원이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기록돼 있었다. 병원에서 김군은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군에게 외상은 없었지만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뇌출혈과 왼쪽 두개골 골절, 망막 출혈 증상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를 종합해 ‘셰이큰 베이비(Shaken Baby)신드롬’ 진단을 내렸다. 이 질환은 대뇌가 머리에 고정돼 있지 않은 아기를 심하게 흔들거나 떨어뜨려 뇌와 망막 등에 손상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이후 보다 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2일째 깨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군의 부모는 아들이 뇌사 상태에 빠진 원인을 밝혀달라며 마산동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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