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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동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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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온이 따스한 바위틈에 활짝핀 동백꽃. 상춘객들은 꽃이 풍기는 새빨간 정열에 오늘을 담아본다. 울산정유공장 원유 「탱크」를 북녘에 낀채 동백섬의 사연은 꿈을 깰줄모른다

<무인도에 타는 사연>
봄볕이 따사로운 한낮, 흰점구름이 흘러가는 동해의 꽃섬은 오늘도 푸르다. 세세년년, 바닷물에 뿌리가 절어왔지만 빨간 동백은 그 아름다운 자태를 흐트리지 않았다. 바위에 깊숙이 박은 동백의 뿌리는 그의 타는 사연을 불뿜는 활화산처럼 꽃피게 하고있다. 모진 해일이 휩쓸어도 동백은 날개가 돋친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순간마다 「아차」하고 잊을세라 부심하는 환희의꿈을안고 동백은 그윽한향기를 수놓아 삶을 일깨워준다. 공업단지 울산에서 동남쪽으로40리. 울주군 온산면 방도리에 이르면 아담한 동백섬(일명 춘도·4천5백평·무인도)이 그 싱싱한 상연속에피운 빨간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육지에서 뱃길로 2백80미터, 지척에 자리잡은 이섬은 그모습이 흡사 동물의 눈과같다하여 목도라고도 불리는데, 본명은 옛적에 대(죽)가 많았다하여 죽도.
신라때 공동묘지이던것을 어부들이 『이섬때문에 고기가 안잡힌다』고해서 묘지를 파내고나니 죽순이 자라 신라말엽에는 전죽을 생산했다는 설화도있다.

<천연기념물 65호>
또 이조 임진왜란, 병자호란당시에는 죽재로 화살을 만들어 상납하는통에 대는 점차로 없어지고 그자리에 동백이무성하여 천연의 절경, 상녹수림 (천연기념물 제오호·동백5백40주, 춘백1백척16주등)을 이루고있다.
그래서 방도리 주민들은 이섬을 「동백공원」이라 부르고있고, 봄철이면 연5∼7만의 상춘객들이 동백꽃을 찾아 줄을잇는다. 사람마다 꽃을찾고, 그리워 하길래 예로부터 꽃에얽힌 전설이있고, 꽃말(화사)이있고, 국화가있어 그나라의 성격을표휘하 구있는가-.
평생을 이곳에 산다는 한칠순노인은 『옛날부터 아름다운 꽃에는 아름다운얘기가 담겨 있듯이…』하며 동백꽃에 얽힌 전설(장화)한토막을 일러준다. 옛날에 마음씨 착한 두 모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죽으면서 아기에게 동전한푼이든 쌈지를 물려주고 『이돈으로 행복하게 잘살라』고 유언을 했다. 꼬마는 이 쌈지를갖고 살기좋은 마을로 찾아가던중 길가에서 옷이 남루한 거지를 만났다. 『얘 아가야! 배가고파 죽겠는데, 동정좀해줘...』
꼬마는 너무도 가엾어서 갖고있던 돈으로 먹을것을 사서 거지에게주고, 거스름으로 또하나의 동전을 받았다.
그러자 거지는 매우 기뻐하며 『참 착한 꼬마구나! 지금부터 마을로 가는 길에 제일먼저 만난사람한테서 꿈을사라』고 이른후 몽매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거지와 꼬마|인정설화도>
『이상한아저씨구나!』꼬마는 한참 길을 가자니까 저쪽에서 뚱뚱한 나무꾼이 오고있었다.『여보세요.』 꼬마는 나무꾼 아저씨를 불렀다.『뭐냐? 무슨 일이냐?』 『저, 아저씨의 꿈을 저한테 파세요.』 『꿈이라고?…』 나무꾼은 주춤했다. 『그걸사서 뭘하게?』 『동전한푼을줄테니 파세요.』 나무꾼은 『그럼 좋다. 간밤에꾼 꿈을팔겠다』면서 꿈얘기를 늘어놓았다.『저 동백섬에가면 붉은 동백꽃중에 흰동백꽃이 꼭 하나 있는데 그 나무뿌리를 파보니까 보배가 마구나오더라.』 그길로 꼬마는 동백섬으로 가봤으나 어느곳에나 새빨간 동백꽃이 피어 있을뿐, 흰동백꽃은 보이지않았다. (지금도 춘도에는 붉은 동백꽃 뿐이지만…)이러기를 3년이 지난 어느 날, 꼬마는 섬골짜기를 미끄러지면서 홀연히 흰 동백꽃을 발견했다. 꼬마는 꿈대로 그 나무뿌리를 파자니까, 조그마한 상자가 나왔는데 그속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수많은 사연이 깃들였다는 「동백아가씨」의 유항가가락에서가 아니라 동백꽃에서 꿈을 찾으려던 소년의 맑은눈동자에 비친 이 동백섬의 동백꽃내음은 그래서 더욱 은근하고 정다운것이지 모른다.

<관상에 약재로도>
오늘도 이 동백섬에는 개구장이 꼬마들이 몰려들어 꿈아닌 조개(류)를 주우며 따스한 봄을 즐기고있다.
동백은 후기향나무과의 늘푸른 큰키나무 (높이 7미터가량), 잎은 긴 타원헝이며, 잎몸에서는 광택이 흐른다.
동백은 따스한 땅을 좋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경남·북, 전남·북, 제주도등 지온이 높은 들과 해안지대에 야생하며, 이웃 일본과 중국에도 있다.
희열과 사랑, 우정, 정열등을 상징한다는 이 동백꽃은 남미 「칠레」 나라의 국화이기도하며 관상용으로는 최고.
씨앗에서는 이른바 동백기름을 짜내어 먹거나 머리기름으로쓰고, 나무는 주판알, 빗, 도장재료로, 목피는 한약제로쓰인다.
이꽃의 개화기는 11월 하순부터 6월중순까지. 한여름을 빼놓고는 늘 힘찬 꽃보오리를 가지끝에 내미는데, 4월중순이 만개라했다.
글 김진규|사진 김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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